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북한에서 가격이 가장 크게 오른 품목 중 하나가 돼지고기인 것으로 파악됐다. 돼지고기 가격이 치솟으면서 일반 주민들은 1년에 한 번 맛보기도 어려울 정도가 됐다는 전언이다.
데일리NK가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북한 시장 물가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평양, 평안북도 신의주, 양강도 혜산의 한 시장에서 거래된 돼지고기 1㎏ 가격은 각각 북한 돈 15만 9000원, 15만 8100원, 15만 9200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본보가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다.
북한의 돼지고기 가격은 최근 7~8년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왔다. 2018년 평양의 돼지고기 1㎏ 연평균 가격이 1만 3277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현재 가격은 당시의 약 1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돼지고기 가격이 이처럼 급등한 주요 원인으로는 2019년 북한에서 본격적으로 확산한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이 꼽힌다. ASF 확산으로 돼지가 대량 폐사하면서 번식에 필요한 모돈(母豚)까지 줄어 사육 기반 자체가 크게 약화됐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2019년 5월 30일 세계동물보건기구에 자강도 우시군 소재 북상협동농장에서 ASF가 발생했다고 신고한 바 있다. 당시 농장에서 사육하던 돼지 99마리 가운데 77마리가 폐사했고 나머지 22마리는 살처분됐다.
이후 ASF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농장은 물론 일반 가정에서 기르던 돼지들도 잇따라 폐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ASF가 발생하기 전에는 집에서 돼지를 길러 부수입을 올리는 주민들이 적지 않았으나, 현재는 농촌에서도 가정집에서 돼지를 사육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워진 것으로 전해진다.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북한에서 돼지고기 1㎏을 살 돈이면 쌀 약 3.5㎏이나 옥수수 약 9㎏을 살 수 있어, 경제적 여유가 없는 주민들에게 돼지고기는 쉽게 밥상에 올리기 어려운 식품이 됐다.
이에 따라 일반 주민들은 명절이나 생일 같은 특별한 날에도 돼지고기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닭고기나 오리고기를 찾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취약계층의 경우에는 닭이나 오리고기마저 부담스러워 콩을 원료로 만든 ‘인조고기’로 대신하기도 한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북한에서는 소고기의 민간 소비가 엄격하게 제한돼 있어 돼지고기가 주민들이 특별한 날 찾는 대표적인 육류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돼지고기 가격마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일반 주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육류의 폭이 더욱 좁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 농축산 전문가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2019년 ASF가 발생한 뒤 북한 내 돼지 두수가 급감했고, 이후에도 사육 규모가 제대로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는 ASF가 토착화돼 언제 어디서 다시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 소장은 “북한이 돼지 사육 환경을 개선하려면 품종 개량과 소독·방역 체계 구축, 곡물 사료 공급 확대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주민 식량으로 쓰이는 옥수수조차 부족한 상황에서 이를 동물 사료로 돌리기는 어렵기 때문에 사료용 옥수수를 별도로 수입해야 하는데, 현재 북한의 경제 상황에서는 이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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