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당국이 외부 문화의 유입을 막겠다며 주민들의 언어와 행동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 오고 있는 가운데,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이른바 ‘손하트’ 제스처까지 단속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3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개천시의 한 고급중학교(고등학교)에서 수업 시간과 집단체조 시간에 손가락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서로 주고받던 학생들이 적발돼 비판을 받고 반성문을 쓰는 일이 발생했다.
엄지와 검지를 겹쳐 작은 하트 모양을 만드는 손하트는 K-pop과 한류의 전 세계적 유행과 함께 대중화돼 해외에서는 ‘코리안 핑거 하트’(Korean Finger Heart)라고 불리기도 한다.
해당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이런 행동을 어디서 보고 배웠는지, 누가 처음 알려줬는지 등을 캐물었으나 이미 학생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 출처를 밝혀내기 어려웠다고 한다.
결국 학교 청년동맹(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 조직이 앞장서서 손하트를 주고받는 행위 자체를 ‘비사회주의적 요소’로 문제 삼아 학생들에게 대대적으로 경고하고 나섰다.
소식통은 “학교 청년동맹은 학생들에게 ‘맹목적으로 남의 것을 따라 하면서 청년동맹원으로서의 임무에 충실해야 할 본분을 잊었다’는 식으로 비판했다”며 “그러면서 말과 행동 하나라도 당의 사상과 뜻에 맞는지를 먼저 생각하고 우리식 생활양식을 해치는 행동에 경각심을 갖겠다는 내용으로 반성문을 쓰게 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그동안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청년교양보장법, 평양문화어보호법 등을 내세워 한국식 말투와 옷차림, 헤어스타일 등을 강하게 통제해 왔다. 또 각 조직과 선전매체를 통해 청소년들이 언어생활뿐 아니라 옷차림과 행동까지 ‘우리식’에 맞춰야 한다는 사상교양도 지속했다.
그럼에도 최근 북한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소리 내어 말하지 않고도 감정이나 친밀감을 나타낼 수 있는, 심지어 크게 눈에 띄지도 않아 위험 부담도 적은 손하트가 새로운 소통 및 인사 방식으로 유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손하트는 말을 하다가 실수할 일도 없고 떨어져 있어도 표현할 수 있어 빠르게 확산한 것”이라며 “친한 아이들끼리 장난처럼 주고받기도 하고 좋아한다거나 반갑다는 뜻으로도 쓰는데, 워낙 많이 하다 보니 이제는 어디서 처음 시작됐는지 출처를 따지는 것조차 의미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당국이 아무리 외부 문화의 유입을 통제하려 해도 청소년들의 사고방식이나 일상적인 표현 방식까지 통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소식통은 “국가가 한국식 말투를 차단하는 데 집중하자 청소년들은 이제 언어 대신 손동작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며 “특히 손하트처럼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동작들이 이미 학생들 사이에 널리 퍼진 만큼 단속만으로 이를 근절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북한 당국이 외부 문화의 유입과 유행을 차단한다며 언어와 행동, 옷차림과 헤어스타일에 이르기까지 통제 범위를 계속 넓히고 있지만, 단속의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교묘히 외부 문화를 접하고 받아들이는 청소년들의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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