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비 질 문제로 농장원 질타…분배 불이익 경고에 불안 확산

인분·가축 배설물 섞지 않고 석탄재로만 했다가 공개 비판 받아…불똥 튈까 다른 농장원들도 긴장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월 22일 “안악군 오국농장의 간부들과 농장원들이 농사차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잡도리를 단단히 하고 거름실어내기 폭표를 수행하기 위한 작전과 지휘를 혁신적으로 해나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함경북도 청진시의 한 농장에서 과제로 낸 퇴비의 질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특정 농장원을 대놓고 비판하는 일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농장은 이것이 가을 분배에서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해 내부 분위기가 민감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5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청진시 송평구역의 한 농장 관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열린 농장원 전체 회의에서 퇴비 기준을 어긴 농장원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며 공개 비판했다.

농장 관리위원회는 이 농장원이 인분이나 가축의 배설물을 섞지 않은 채 석탄재만으로 퇴비를 만들어 낸 점을 문제 삼았다. 퇴비에는 인분이나 가축의 배설물이 반드시 섞여야 하는데, 이 농장원이 이 같은 기준을 노골적으로 어겼다고 지적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기관·기업소나 학교 등에서 반출되는 퇴비만으로는 양이 턱없이 부족하고, 농장 전체 면적에 고르게 투입하는 것도 쉽지 않다 보니 이 농장은 농장원 개개인에게 0.5정보(1500평)를 덮을 수 있는 양의 퇴비 과제를 내렸다”며 “하지만 농장원들은 할당된 양만큼의 인분이나 가축의 배설물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워 석탄재나 흙 등을 섞어 대충 과제를 넘겼다”고 말했다.

농장 관리위원회도 농장원 대부분이 이렇게 눈가림식으로 퇴비 과제를 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 이 농장원은 아예 대놓고 석탄재만으로 퇴비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소위 ‘괘씸죄’에 걸려들게 됐다.

소식통은 “다른 농장원들도 기준을 완벽히 맞추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형식은 갖추려 한다”며 “그런데 이 농장원의 경우는 너무 눈에 띄게, 노골적으로 기준을 어겼다는 점에서 크게 문제시 됐다”고 했다.

실제 농장 관리위원장은 회의에서 해당 농장원을 공개 질타한 것은 물론, “가을 분배에서 철저히 계산하겠다”며 분배에서의 불이익 가능성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다른 농장원들 속에서 불안감이 빠르게 확산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퇴비의 질을 100% 보장하지 못하는 건 다들 마찬가지인데, 여기서 괜히 한 사람이 문제시되면 이것이 농장 전체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실제로 다른 농장원들은 농장 관리위원장이 퇴비 과제 수행을 분배하고 연결 지어 이야기한 것에 화들짝 놀라면서 문제시된 농장원을 향해 ‘괜히 일을 키웠다’며 불만을 표했다”고 전했다.

특히 퇴비 과제 외에도 새끼 꼬기, 가마니 제작 등 각종 부수적인 과제까지 동시에 떠안고 있는 농장원들은 이번 일로 괜한 불똥이 튀는 것은 아닐지 조마조마하며 잔뜩 긴장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겨울철 농사 준비로 바쁜 이때 모두가 빠듯한 조건에서 버티고 있는데, 한 사람의 행동으로 인해 분위기가 이상하게 흐르면 결국 좋을 게 없다는 말이 농장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며 “자칫 간부들 눈 밖에 나 불이익을 받게 될까 봐 다들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