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고급중학교(고등학교)에서 선택과목제 시행을 앞두고 각 학교가 제도 시행을 위한 실험실 구축 및 기자재 확보가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실험실이나 기자재 준비 비용이 고스란히 학부모에게 전가되고 이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만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2일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고급중학교 선택과목제 시행을 앞두고 각 학교에 물리·화학·정보기술 등 선택과목 운영을 위한 교육 환경을 갖출 것을 지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학교들은 실험기구와 컴퓨터 등 기자재 마련을 명목으로 학부모들에게 비용을 부담시키고 있다.
새로운 교과목이 편성될 경우 국가가 교과서는 공급하겠지만 이에 필요한 실험실이나 실습실, 교구 등은 각 학교가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소식통은 “청암구역의 한 고급중학교에서는 컴퓨터가 부족하다며 학생 1인당 1만 원씩 걷었다”며 “학교마다 최소 10대 이상의 컴퓨터를 갖추라는 지시가 내려왔는데, 이를 집행하려면 학생들에게 비용을 부담시킬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처럼 새로운 교육 제도가 시행되어도 국가 차원의 재정이나 시설 지원이 전무하다 보니 각 학교가 자력갱생으로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각 학교마다 교육 비용을 후원하는 ‘지원단체’가 지정돼 있지만 이들 단체들도 실질적으로 교육비를 지원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지원단체가 있다고 해도 단체들마다 재정 여력이 거의 없어서 쓰던 컴퓨터나 낡은 실험기구 몇 점을 보태주는 수준”이라며 “그마저도 손에 꼽을 정도이고 어떤 단체는 컴퓨터는커녕 겨울용 화목 지원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상당수의 학교는 결연이 맺어져 있는 지원단체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학교는 국가에서 새로운 교육 제도가 시행될 때마다 그 비용을 고스란히 학부모 몫으로 전가시키고 있다.
각 학교가 자력갱생으로 교육비를 마련하면서 지역 간 교육 환경에 큰 차이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 여력이 있는 평양의 학교들은 비교적 빠르게 실험실이나 기자재를 갖추고 있는 반면, 지방 학교들은 학부모 부담 없이는 선택과목 운영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한다.
상황이 이렇자 선택과목제가 시행된다 해도 지방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이 같은 제도가 형식적으로 운영될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택과목제는 북한이 8차 당대회 이후 추진해온 교육 정책의 하나로 획일적인 교육 과정에서 벗어나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게 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된 제도다.
당국은 대학에서 운영해 온 선택과목제의 성과를 고급중학교에 정착시키겠다는 입장이지만 고급중학교에선 재정 여력이 부족해 해당 제도의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소식통은 “제도의 취지는 그럴듯하지만 준비 비용을 학교나 학부모가 떠안는 구조라면 결국 시설이나 기자재 마련이 제대로 되지 못할 것”이라며 “국가는 교육의 질을 높이겠다는 의도이지만 현장에서는 재원 마련에 대한 걱정거리만 늘어난 셈”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선택과목제에 대한 운영 지침과 교수지도안은 이미 전국 시·군 단위의 각 학교에 하달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은 선택과목제를 통해 과학기술 분야 인재를 조기에 선별·양성하는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제도를 실행할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당분간 실질적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