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청년들이 밤마다 과학기술보급실 찾는 이유, 단순 ‘호기심’?

전문지식·기술 습득 목적으로 공장마다 꾸려 놓은 보급실, 청년들의 컴퓨터 기기 '구경터'로 전락

북한 강원도 양묘장 일꾼들이 과학기술보급실을 이용하는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과학기술 중시 정책을 추진하는 북한이 공장·기업소에들에 과학기술보급실(이하 보급실) 설치를 확대해 근로청년들의 전문지식 및 기술 습득을 독려하고 있지만, 현장의 청년들은 학습의 목적보다 기기 자체에 대한 호기심으로 보급실을 찾고 있다는 전언이다.

데일리NK 함경남도 소식통은 21일 “함흥시의 한 기계공장 보급실이 매일 밤 근로청년들로 붐비는데, 단순히 콤퓨터(컴퓨터)에 대한 호기심에 만져보러 가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말했다.

이 공장은 규모가 작으나 보급실에 10대 미만의 컴퓨터가 갖춰져 있고 전기 공급도 비교적 안정적이어서 근로청년들의 보급실 출입이 꽤 잦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 제대군인 출신인 근로청년들은 컴퓨터를 제대로 다뤄본 경험이 거의 없어, 보급실에 컴퓨터가 갖춰져 있어도 전문지식이나 기술 습득용으로 활용하는데 한계가 명확하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자식을 대학에 보내려는 그런 특별한 목적이 없으면 가정들에서 굳이 비싼 콤퓨터를 살 이유가 없고, 고급중학교(고등학교)에서도 정보기술 수업이 콤퓨터실에서 진행되긴 하나 실제 기기를 다루기보다는 이론 위주로만 가르치고 있다”며 “10년 가까이 군 복무를 하고 사회에 배치된 근로청년들에게 콤퓨터가 구경거리처럼 여겨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동무들과 단순히 콤퓨터를 구경하러 보급실에 가고 콤퓨터 마우스나 자판을 눌러보는 것만으로도 신기해하는 실정이니 국가가 말하는 기술 학습과는 거리가 멀다”고 했다.

그저 익숙하지 않은 전자기기를 다뤄보고 싶은 마음이 보급실 출입의 주된 동기가 되고 있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지만, 해당 공장에서는 근로청년들의 보급실 출입 빈도가 높은 것을 두고 ‘청년들의 과학기술 습득 열의가 대단하다’며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이런 선전은 선전일 뿐이고, 요즘처럼 살기 팍팍한 때에 근로청년들이 저녁에 삼삼오오 보급실에 모여 웃고 떠드는 모습 그 자체만으로 그래도 보기 좋다는 반응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소식통은 “당에서 보급실을 꾸리라고 하니 작은 공장들도 콤퓨터 1~2대를 들여놓고 ‘과학기술보급실’이라 간판만 붙여 놓고 있는 실정”이라며 “콤퓨터에 인트라넷망 케블(케이블)조차 연결되지 않은 경우도 있고, 본체만 덩그러니 갖다 놔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조건에서 당국이 요구하는 과학기술 학습이 제대로 이뤄질 리 만무하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결국 북한 당국이 추진하는 과학기술 중시 정책이 실제 현장에서 실현되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