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군인 출신 대학생들, 안전원 배치 받으려 물밑 뇌물 경쟁

졸업 후 안전원 정복 입기 위해 뇌물 써가며 간부 인맥 동원…"돈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는 세상"

2021년 9월 9일 북한정권수립 73주년 기념 민간 및 안전무력 열병식이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됐다. 사진은 북한 사회안전군(우리의 전투경찰) 종대가 행진하고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에서 내년 졸업을 앞둔 제대군인 출신 대학생들이 안전원(우리의 경찰)으로 배치받기 위해 물밑에서 뇌물과 인맥을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3일 데일리NK에 “현재 함경북도 내 대학에 다니고 있으며 내년 졸업을 앞둔 일부 제대군인 출신 대학생들이 안전원이 되기 위해 물밑 작업이 한창”이라고 전했다.

북한에서 안전원은 사회적으로 위신이 높고, 특히 사회 통제가 지속 강화되는 분위기에서 ‘먹을 알’(이익을 챙길 수 있는 여지)이 많은 직업으로 인식된다. 이에 많은 제대군인 출신 대학생들이 대학 졸업 후 안전원으로 배치되기를 원해 뇌물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례로 지난 2022년 제대한 뒤 추천으로 청진시의 한 대학에 입학해 재학 중인 제대군인 A씨는 내년 3월 졸업 후 안전원으로 배치받기 위해 일찌감치 간부들과 접촉을 시도해 왔고, 최근에는 미리 마련해 둔 뇌물까지 건네며 물밑 작업에 나서고 있다.

A씨의 집안은 권력은 없지만 경제적으로는 여유가 있어 뇌물로 간부 인맥을 키울 수 있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다른 제대군인 출신 대학생들도 돈과 인맥을 동원해 안전복을 입으려 한다”며 “일단 입당한 제대군인 출신에 대학 졸업 이력이 더해지면 안전원으로 발탁될 가능성이 높은데, 여기에 뇌물은 필수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뇌물 액수는 최소 5만 위안(한화 약 1000만원)으로, 인맥이 약할수록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무리 제대군인 출신이라도 집안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으면 안전원 배치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실정이라는 전언이다.

이런 분위기는 양강도 혜산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양강도 소식통은 “제대군인 출신의 대학 졸업반 학생들이 안전원이 되기 위해 간부들에게 뒷돈을 건네고 있어 지금은 간부들 주머니가 뇌물로 채워지는 시기”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뇌물의 액수에 따라 졸업과 동시에 안전원이 될지, 그렇지 않고 일정 기간 일반 직장에 다닌 뒤에 안전원이 될지가 결정된다. 또 곧바로 안전원으로 배치된다고 해도 군(郡)에서 최소 1~2년은 근무해야 시(市)나 도(道)로 올라올 수 있는 구조라 하루라도 빨리 안전원이 되고, 상급지에서 근무하려면 더 많은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일부 제대군인 출신 대학생들이 내년 봄 졸업을 앞두고 안전원이 되려 뇌물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뇌물 경쟁에 뛰어들 형편이 되지 않는 다른 제대군인 출신 대학생들은 그저 인민위원회 노동과의 배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소식통은 “심지어 노동과에도 뇌물을 건네지 못하면 탄광처럼 모두가 기피하는 고된 현장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많다”며 “경제력이 받쳐주지 않는 제대군인 출신 대학생들은 이런 험지로 배치될 가능성이 높아 박탈감이 매우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이러한 현실은 당국이 비판해 온 자본주의에 사회와 다를 게 하나도 없다”며 “돈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고, 돈이 없으면 결국 사회의 밑바닥으로 밀려나게 되는 이런 세상에서 청춘을 군에 바친 제대군인들이 느끼는 허탈감과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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