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냉장고, 北에 들어가면 9배나 비싸진다고?…그 이유는?

수입 전자제품, 밀수로 북한에 들어가면 여러 유통단계 거치면서 가격 치솟아... 그러나 부유층 수요↑

북한 무역회사들이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중국산 가정용 냉장고의 모습./사진=데일리NK

북한에서 판매되는 중국산 냉장고의 가격이 중국 현지 판매가의 9배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밀수를 통해 물품이 북한으로 반입되면서 뇌물 비용이 붙는데다 북한 내에서도 여러 단계의 유통망을 거치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9일 데일리NK 평양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북한 시장에서 판매되는 중국산 냉장고 가격이 2만 1500위안(한화 약 424만원)에 달하고 있다. 같은 모델의 중국 내 판매가가 2500위안 수준임을 감안하면 무려 9배나 비싼 셈이다.

현재 평양 시내 백화점이나 외화상점 등에서 판매되는 냉장고 중 인기가 많은 제품은 하이얼(海尔), 미디아(美的) 등 중국 브랜드의 고급 모델이라고 한다. 

이 같은 제품들은 보통 2만 위안 가량에 판매되는데, 이는 북한 시장에서 쌀 3400kg을 살 수 있는 거액이다. 

북한의 일반 기업소 노동자가 월급 20만 원을 받아 그대로 저축한다고 할 때 36년 5개월을 모아야 겨우 마련할 수 있는 금액인 셈이다. 

즉, 현재 북한에서 판매되는 중국산 냉장고는 일반 주민이 성실하게 일한 근로소득으로는 도저히 구매할 수 없는 물건이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산 냉장고 구매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그는 “여기(북한)서 중국산 전자제품은 보통 중국 현지 판매가의 두세 배 정도로 비싸게 팔리는데 환율까지 치솟으면서 가격이 폭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북한에서 수입 냉장고 가격이 폭등한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는 북한의 전자기기 및 기계류의 수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어 북한이 정식 세관 절차를 밟고 전자기기를 수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 

때문에 북한 무역회사는 냉장고 같은 전자제품을 밀수를 통해 북한에 반입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무역기관이나 세관의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하고 여러 단계의 유통망을 거치면서 냉장고의 실제 판매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더욱이 냉장고 같은 대형 가전은 운송 과정에서 물류비가 많이 드는 데다, 시장에 공급되는 물량이 적기 때문에 북한 내에서 수입 냉장고의 가격이 중국 현지보다 훨씬 비싸게 형성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냉장고 사용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반응도 갈리고 있다. 일반 주민들은 “일반 백성들은 평생 만져보지도 못할 물건을 돈 있는 사람들은 잘도 산다”는 체념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반면, 경제적 여유층은 고급형 냉장고를 구매하면서 부(富)를 과시하고 있다. 

소식통은 “돈주나 간부들은 냉장고에 외국산 음료와 고기, 과일까지 가득 채워 놓고 손님들에게 보여 주며 경제력을 과시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 한끼로 해결하지 못해 발을 동동거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가는 우리 사회주의는 모두가 평등한 사회라고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돈이 곧 권력이고, 권력이 곧 삶의 질을 좌우하는 사회”라며 “냉장고 한 대가 체제의 모순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 아니겠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