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 행사를 비판하는 글을 올린 이들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신분이 없는 중국 내 탈북민 여성들도 조사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은 탈북민들이 살고 있는 집에 들이닥쳐 이들이 사용하는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를 압수하거나 당사자를 파출소로 불러들여 조사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10일 복수의 중국 현지 데일리NK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앞서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이 대대적으로 열린 것과 관련해 중국 공산당과 군, 열병식에 참가한 러시아와 북한 지도자를 비판하고 헐뜯는 글이 중국 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확산하면서 공안이 검열과 단속에 나섰다.
소식통은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과 푸틴을 중국의 역사와 문화대혁명의 정신이 깃든 천안문 광장 중심에 세운 것을 비판하는 온라인 비방글이 웨이보 등에서 확산했다”며 “특히 김정은 관련 언급이 나오자 현지(중국 내) 탈북민 여성들이 관련성 있는 수사 고려 대상자나 ‘위험 대상’으로 분류돼 조사를 받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후베이성·후난성·충칭·상하이·톈진 등지에서는 공안이 탈북민 여성들이 살고 있는 가정집을 찾아가 불시에 전자기기를 압수하거나 탈북민 여성들을 직접 파출소로 불러들여 조사하는 사례들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며칠이 지나도록 기기를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상하이 쪽에 거주하는 한 탈북민 여성은 혹시나 북송될까 봐 아이를 시엄마에게 맡긴 채 중국인 남편과 함께 먼 친척집으로 피신하기도 했고, 톈진의 어떤 탈북민 여성은 ‘김정은이 직접 중국에 방문한 것이라 (검열의) 성격이 다를 수도 있다’며 공안의 호출에 극도의 불안감과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다 끝내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북 소식통도 “충칭의 한 탈북민 여성의 가정에서는 아이들이 엄마가 잡혀가지 않도록 밤마다 대문을 지켰는데, 이 사연이 온 마을에 퍼지면서 중국인들조차 ‘열병식 비방글은 중국인이 썼는데 불똥은 탈북민에게 튀었다’고 안타까워했고, ‘중국인과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고 사는 탈북민들은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일부 지역 공안은 이번 기기 검열과 조사가 북한으로의 강제 송환과는 무관하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중국인 남성과 오랜 기간 살아온 한 탈북민 여성은 공안으로부터 ‘불온분자들이 올린 열병식 비방글 단속의 일환일 뿐 북송과는 일절 무관하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했다.
중국 공안은 김정은 관련 비방글이 탈북민 여성들과 연관돼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으며, 특별히 신분이 없는 탈북민들이 휴대전화를 직접 개통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아 탈북민들을 이번 조사 범위에 포함시킨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확산한 열병식 비방글은 중국 내에서 정치적인 문제로 다뤄졌다. 이탈리아 매체 아젠지아 노바(Agenzia Nova)는 지난 5일 후베이성 샹양에서 한 남성이 열병식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가 체포된 사건을 전한 바 있으며, 6일 오후 중국의 IT기업 텐센트(Tencent)가 운영하는 뉴스 플랫폼에도 앞서 3일 중국 후베이성의 47세 남성이 전승절 열병식에 ‘부적절한 의견’을 표한 혐의로 체포됐다는 영상뉴스 전문 매체 ‘장원시쉰’(掌闻视讯)의 보도가 게재됐다.
장원시쉰의 영상뉴스에는 체포된 남성이 실제 온라인에 남긴 글이 담겨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외에도 중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열병식을 비판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고, 중국 공안 당국은 비판글을 올린 계정을 차단하거나 게시물을 삭제하는 등 신속 대응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공안은 공식적으로 열병식을 모독한 중국인을 적발해 처벌하고 내부적으로는 신분이 없는 탈북민 여성들의 휴대전화 기기 검열에도 나섰다”며 “이번 열병식 비방글 사태는 여기(중국)에 사는 탈북민들에게 북송의 공포감을 다시금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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