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위성, 김정은 부재 ‘전시’로 간주…‘특별지휘체계’ 가동

'전시'라는 용어로 경각심 극대화…대외적으로 체제 안정 과시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불안감 상존

2025년 9월 2일 김정은, 전승절 행사 참석 위해 베이징 도착…주애 동행/노동신문 9월 3일 보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일 “김정은 동지께서 2일 오후 중국인민항일전쟁 및 세계반파쇼전쟁승리(전승절) 80돌(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시기 위해 전용열차로 중화인민공화국의 수도 베이징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딸 주애도 동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국가보위성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중국 방문 기간을 전후해 전국 주요 보위기관들에 ‘전시(戰時) 보위사업 특별지휘체계’를 가동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지도자가 부재한 상황을 전시로 간주해 체제 위협 요소 차단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은 4일 “국가보위성이 지난달 31일 특별 기관과 지역 보위국에 1차 명령 지시를 내렸다”며 “이에 따라 이달 1일 0시부터 원수님(김 위원장) 외국 방문 후 귀국할 때까지 평양시 보위부, 국경 지역 도 보위국, 군수공업지구와 경제특구 보위기관을 중심으로 전시 보위사업 특별지휘체계가 가동된다”고 말했다.

평양은 정치적 상징성이 크고, 국경 지역은 외부 접촉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군수공업지구나 경제특구는 군사·경제 자원이 집중된 핵심 거점으로 체제 안정과 직결된 장소들이 집중 관리 대상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시 보위사업 특별지휘체계는 전시에 가동되는 국가보위성의 최고 단계 비상 지휘 체계를 뜻한다. 최고지도자의 부재 상황을 전시와 같은 위험 국면으로 설정하고 경계수위를 최고 단계로 격상시킨 셈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명령은 1일부터 10일까지 전국 보위기관 특별경계근무 기간이 선포된 것과는 별개로 내부 포치선(비공식 지시망)을 통해 은밀하게 하달됐다.

소식통은 “보위성은 1호(김 위원장) 외국 방문 시 중요 기관의 보위사업 관리 수준을 전시와 동일하게 규정했다”며 “내부 불순 적대분자들의 동요 가능성을 차단하고 외부 정보 침투를 막으려는 목적이 크다는 점을 특별히 강조했다”고 전했다.

국가보위성은 이어 3일 새벽에 2차 명령 지시를 내려 24시간 불시 검열과 합동 순찰 강화하도록 하고, 그 결과를 전자서류 전산망과 유무선 지휘 통신망을 통해 실시간 보고하도록 했다.

이 같은 보고 내용은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 이후 ‘1호 제의서’ 형식으로 중앙당 조직지도부에 총화보고서로 제출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국가보위성은 내부 반체제 행위 차단, 간첩 색출, 외부 정보 침투 방지 등을 맡는 북한의 핵심 기관이다. 이번 특별지휘체계 가동은 최고지도자의 해외 방문을 단순 외교 일정이 아닌 체제 불안을 동반할 수 있는 ‘위기 상황’으로 바라보는 북한식 대응 방식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과거에도 북한은 최고지도자의 장기 부재나 대외 일정에 맞춰 경계 태세를 강화했다. 그러나 이번처럼 ‘전시 보위사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대외적으로는 김 위원장의 방중 일정을 공개하며 체제 안정에 대한 자신감을 과시하고 있지만, 내적으로는 체제 안정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있음을 드러내는 사례로 평가된다.

소식통은 “전시 보위사업 특별지휘체계 가동을 명령받은 단위의 한 보위 간부는 이런 때(최고지도자 부재)에는 자기 맡은 지역에서의 작은 보위사업 문제도 체제 전체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전시 지휘체계라는 표현 자체가 강한 경각심을 주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