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시장 쌀값 계속 오르는데, 양곡판매소에선 아직도 7000원?

시장 쌀값 치솟아도 양곡판매소는 저렴한 가격대 유지…다만 수급량 부족해 주민들 빈손으로 돌아가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3년 1월 25일 ‘서로 돕고 이끄는 우리 사회의 미풍을 더 활짝 꽃피워나가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어렵고 힘들수록 서로 돕고 위해주는 덕과 정의 힘으로 오늘의 난관을 뚫고나가려는 것은 우리 인민의 가슴 속에 굳게 자리잡은 드팀없는 신조이고 열렬한 지향”이라고 강조하며 한 양곡판매소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시장의 쌀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 당국이 운영하는 양곡판매소에서는 최근에도 쌀이 1kg에 1만원 이하 가격으로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양곡판매소에서 판매하는 식량의 양이 크게 줄어 주민들이 빈손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었다는 전언이다.

2일 복수의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평양, 평안북도, 함경북도 등 전국 곳곳의 양곡판매소에서는 지난달 초 쌀 1kg을 7000~8000원의 가격으로 판매했다.

지난달 초 평안북도 의주군의 한 양곡판매소에서는 쌀 1kg을 7000원에 판매한다고 가격을 써 붙여 놨는데, 쌀 수급이 원활치 않다는 이유로 실제 쌀은 판매하지 않았다고 한다. 양곡판매소는 실제로 판매되지 않더라도 항상 가격표를 붙여놓는다는 게 이 소식통의 설명이다.

당시 이 양곡판매소에서는 강냉이(옥수수)와 밀쌀(통밀)을 2:1 비율로 1인당 3kg까지 살 수 있도록 한 게 전부였는데, 이중 옥수수 가격은 1kg당 3500원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가 하면 함경북도 청진시의 한 양곡판매소에서는 지난달 11일 실제 식량 판매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양곡판매소는 당시 쌀과 옥수수의 비율을 1:1로 해서 3명 가족 기준으로 세대당 12kg의 곡물을 판매했으며, 1kg당 쌀은 8000원, 옥수수는 4000원이었다고 한다.

지난달 3일 평양, 신의주, 혜산의 시장에서 판매된 쌀과 옥수수의 평균 가격이 1만 5250원, 46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청진시 양곡판매소가 판매한 쌀의 가격은 시장보다 47.5%, 옥수수는 13% 저렴한 셈이다.

쌀 수급량이 부족한데도 양곡판매소가 시장 가격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쌀을 판매한 것은 북한 사회에서 ‘쌀’이 지닌 의미가 크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쌀을 주식으로 먹지 못하는 저소득층이라고 할지라도 북한 주민들은 쌀을 식량의 대명사로 인식하는 경향이 크다.

더욱이 북한 주민들은 모든 상품의 가격 기준을 쌀 1kg의 가격으로 산정할 만큼 쌀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북한 당국은 옥수수나 밀 등 다른 재화보다 쌀 가격을 시장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쌀 수급량을 확보하기 어려워지면서 양곡판매소의 쌀 판매량도 급감하고 있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양곡판매소에서 곡물을 팔아주는 날짜도 줄고, 그 양도 많이 줄었다”며 “쌀을 사려고 2시간 넘게 줄을 섰다가 물건이 다 떨어졌다고 빈손으로 돌아가는 일도 많다”고 전했다.

특히 인민반별로 곡물을 구매할 수 있는 날짜를 지정해 각각의 날짜에 정해진 인민반 세대만 곡물을 살 수 있게 했던 지난 때와는 달리, 최근에는 물량이 소진될 때까지 선착순으로 곡물을 판매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양곡판매소 식량 판매일에는 새벽부터 줄을 서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평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평민들은 시장에서 쌀을 사 먹기 힘든 상황이라 양곡판매소가 생명줄 같다”며 “양곡판매소에서 쌀을 팔아준다고 하면 한 줌이라도 쌀을 사려고 사람들이 몰려든다”고 말했다.

또 함경북도 소식통은 “양곡판매소가 있어도 팔아주는 쌀이나 강냉이가 없으면 희망고문이 되는 것 아니겠냐”며 “일부는 쌀값이 계속 높아지면 양곡판매소도 아예 문을 닫게 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된다는 얘기도 한다”고 전했다.

쌀을 사기가 쉽지는 않지만, 일단 시장보다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점 때문에 주민들은 양곡판매소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북한 당국의 의도대로 양곡판매소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이 조성되는 상황이어서 수급량 부족에도 양곡판매소 운영은 지속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