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복 80주년을 맞아 ‘조선해방’을 내세우는 북한
올해 8·15 광복 80주년을 맞이하는 북한은 매우 분주한 모습이었다. 노동신문은 7월 말부터 ‘조국해방 80돐(돌)을 경축하여’라는 주제로 전 지역에서 갖가지 행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을 상세히 보도하고 있다. 그중 가장 우선적으로 내세우는 행사가 ‘백두산 혁명전적지 답사 행군’이었다. 각종 직종과 연령별로 백두산 정상을 올랐다고 소개하면서 올해만 그 수가 수만 명에 다다른다고 했다.
왜, 수많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백두산 정상에 오르고 있는가. 백두산 답사 행군의 목적은 ‘백두산 정신’으로 무장하기 위해서이다. 북한이 말하는 ‘백두산 정신’의 핵심 요소는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수령을 단결의 중심, 영도의 중심에 놓는 것이다. 이것은 ‘김정은 결사옹위’로 이어진다. 다른 하나는 ‘남조선 해방’이다. 노동신문에서는 ‘조선해방’으로 표기했다. 조선해방이 ‘남조선 해방’을 가리킨다. 아래 문장은 위의 두 가지가 다 포함된 광복절 관련 노동신문 기사(8.12) 내용이다.
“모두 다 혁명의 개척세대가 높이 발휘하였던 백두산정신을 가슴마다에 만장약하고 경애하는 총비서동지의 사상과 령도를 일심전력으로 받들어 우리 혁명의 최전성기를 더욱 과감히 열어나가자.”
광복절을 맞아 북한이 내세운 대표적 구호가 “백두산 정신으로 조선혁명을 끝까지 완성하자!”이다. 북한은 조선혁명은 백두에서 시작된 혁명 위업을 ‘계승’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한다. 김정은도 이 백두혁명 전통을 계승하는 것은 백년, 천년 후에도 절대로 달라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8월 14일, 1면 기사에 실린 김정은의 관련 발언이다.
“우리가 영원히 옹호고수하고 계승해야 할 것은 백두의 혁명전통이며 백년, 천년 후에도 절대로 달라져서는 안되는 것이 바로 백두의 혁명전통입니다.”
2020년 김정은의 ‘백두산 대학’ 목표도 ‘남조선 해방’
김정은은 2014년 국가 목표를 ‘백두산 대국’이라고 공식 선언했었다. 2015년 8월에는 백두산 정상에 올라 ‘핵무력’을 백두산 대국의 가장 귀중한 정신적 양식이라고 제시했다. 2017년 8월에는 ‘백두산 3대장군’에 등극했다. 2019년 12월 초에 백두산 정상에 다시 올라, ‘백두산 대학’을 제시했다. 2020년 노동신문에서 가장 많이 나왔던 용어가 바로 ‘백두산 대학’이었다. ‘백두산 대학’은 기존에 북한이 해왔던 ‘백두산 혁명전적지 답사 행군’의 새로운 용어이다. ‘백두산 대학’의 목적은 ‘백두산 정신’을 함양하는 것인데, 그 정신은 다름 아닌 ‘조선혁명’(남조선 해방)에 대한 열의를 불태우는 것이다.
“눈보라 치는 백두산에 올라 백두의 칼바람을 맛보아야 백두산의 진짜 맛을 알 수 있으며 조선혁명을 끝까지 완성하겠다는 결심이 더욱 굳어지게 된다.” (2020.6.8. 노동신문 관련 기사)
이것이 김정은의 ‘숭고한 뜻’이자 ‘의지’라고 했었다.
2021년부터 ‘변화론’으로 기울어진 북한의 대남전략 평가
2021년에 ‘북한의 대남전략 변화’라는 주제의 연구들이 많이 나타났다. 대부분 ‘변화론’ 입장으로 접근했는데, 이것은 ‘불변론’과 반대된 주장으로 북한이 기존의 ‘남조선 해방’을 포기했다는 입장이다. 그 변화 기점을 모두 2021년 1월에 개최되었던, 북한의 제8차 당 대회로 보고 있었다. 북한이 이때 당 규약을 개정해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 용어를 삭제했기 때문이다. 이 용어는 1970년 5차 당 대회에서 공식 채택된 것으로 북한의 대남전략인 ‘남조선 해방’을 가리키는 대표적 용어였다. 이 용어가 삭제된 것에 대해 당시, 전직 통일부 장관들(정세현, 이종석)은 “남조선 혁명론의 소멸”이라고 까지 평가한 바 있었다.
이후, 학술논문들은 두 인사의 평가에 큰 영향을 받아 ‘변화론’을 지지했다. 당시, 통일부 장관(이인영)은 북한의 ‘적화통일 포기’ 해석에 대해 과하다고 했지만, 전반적 흐름은 ‘변화론’으로 급히 기울어갔다. 이때, 정세현은 북한이 ‘투 코리아 노선’을 공식화한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 규약에서 비록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 용어는 사라졌지만, 아래와 같은 문장이 그대로 남아있어 북한의 대남전략이 바뀌었다고까지는 보기 어렵다.
“조선로동당은 남조선에서 미제의 침략 무력을 철거시키고 남조선에 대한 미국의 정치군사적 지배를 종국적으로 청산하며 온갖 외세의 간섭을 철저히 배격하고…”
2023년 김정은의 ‘두 개의 국가론’의 중심축은 ‘남조선 해방’
김정은은 2023년 연말, 당 전원회의(제8기 제9차)에서 처음으로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를 제시하며 대남정책의 전환을 지시했다. 이 지시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인가. 당시 김정은은 남한은 “화해나 통일 상대”가 아니라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가”로 결론지으며 “남반부의 전 영토를 평정할 준비”를 하라는 과업을 하달했다. 이것을 볼 때, 두 국가론의 목적이 ‘남조선 해방’임을 알 수 있다. 과거에는 북한에서 ‘통일 상대’와 ‘남조선 해방’은 서로 어울리는 용어들이었다. 하지만, 이때 김정은은 이 둘을 완전히 다른 의미로 사용했다. ‘통일 상대’는 ‘화해’ 쪽에 무게를 둔 상대(국가)임을 가리킨다. 따라서 김정은의 두 개의 국가론의 중심축은 ‘남조선 해방’이었다.
그런데, 작년 10월, 창립 60주년을 맞는 국방종합대학을 방문한 김정은은 ‘2개 국가론’이 ‘남조선 해방’과는 상반된 개념인 것처럼 연설을 했다.
“우리는 솔직히 대한민국을 공격할 의사가 전혀 없습니다. 의식하는 것조차도 소름이 끼치고 그 인간들과는 마주 서고 싶지도 않습니다. 이전 시기에는 우리가 그 무슨 남녘 해방이라는 소리도 많이 했고 무력 통일이라는 말도 했지만 지금은 전혀 이에 관심이 없으며 두개 국가를 선언하면서부터는 더더욱 그 나라를 의식하지도 않습니다.”
다시금 ‘변화론’에 불을 지폈다.
남한 전문가와 언론들은 김정은의 이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였다. 다시금 ‘변화론’으로 여론이 확 쏠렸다. 이 점이 참으로 아쉽다. 김정은이 어떤 발언을 하면, 그 의도가 무엇인가를 밝히는 데 집중해야 하는데, 그의 발언을 그대로 받아들임으로 우리 사회에 혼란이 가증되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대남 기만전술이 너무나 잘 통한다.
향후 대남기만전술, 더 강력해질 듯
김정은이 2024년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한 발언인 남한을 미국과 상관없이 섬멸시킬 ‘제1의 적국‘이라고 규정한 것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이하면서 북한이 내세운 대표적 구호가 “백두산 정신으로 조선혁명을 끝까지 완성하자!”라는 것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김정은이 “백년, 천년 후에도 절대로 달라져서는 안 된다”고 한 것이 남조선 해방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하지만, 북한은 남한을 향해서는 기만전술로 나올 것이다. 그런데, 그 전술에 너무 쉽게 넘어가는 우리 사회가 안타깝다. 북한은 우리 사회를 더욱 교란하기 위한 방법으로 김정은을 추종하는 친북(종북) 성향의 인물들을 적극적으로 내세워 우리 사회를 파고들 것이다. 벌써부터 그런 조짐이 보이고 있다.
8월 14일 대한민국 국회에서 진행되는 한 국제학술회의에 대표적인 종북학자인 ‘정기열’이 패널로 참여했다. 정기열은 1980년대 초반부터 미국에서 친북 활동을 해온 인물로, 김일성, 김정일을 백두위인으로 칭송하며 북한체제를 적극적으로 선전해 온 인물이다. 북한은 이를 높이 평가해서 그에게 박사학위를 수여하고 2015년에는 김일성대학교 학생들을 가르치게 했다. 그가 이번에 ‘다극화 세계질서’라는 주제로 발언을 하는데, 공교롭게도 같은 날 노동신문도 이 주제를 다루었다. ‘반제자주의 힘은 제국주의의 폭제보다 강하다’라는 제목의 기사(은정철)이다.
“미국을 괴수로 하는 서방세력이 일극패권을 부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날뛰고 있지만 세계는 다극화의 궤도를 따라 나날이 힘차게 전진하고 있다.”
“다극화를 지향하는 나라들의 강렬한 요구와 공통된 노력은 제국주의의 패권적 질서를 배격하고 공정한 국제질서를 수립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되고 있다.”
“현실 발전의 추세를 두고 한 외신은 <미국과 기타 서방 나라들은 지구가 더는 저들을 중심으로 돌지 않는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고 있다. 현 다극세계의 주요 력량과 그리고 세계의 다수 세력에 포함되어 있는 매우 많은 나라들은 적극적으로 호상 협조하고 있으며 모든 분야에서 호혜적관계를 발전시키고 있다. 서방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이러한 추이는 계속될 것이다. 언제인가는 서방이 자기의 패배를 공식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라고 주장하였다. 서방의 전문가들 속에서도 현재 세계는 다극화되고 있다, 우리는 더이상 일방적으로 세계를 지배할 수 없게 되었다는 개탄의 목소리가 왕왕 울려나오고 있다.”
여기서의 ‘다극화’는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제국주의의 패권 질서를 배격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기사 제목에서 찾으면, ‘반제자주’를 상징하는 용어이다. 정기열의 발언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그의 성향상, 더 적극적으로 김정은의 대변인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2016년 북한 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사건에 대해, 북한 정권을 대신해서 북한 가족들의 위임장을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 전달한 것처럼 말이다. 그의 등장을 시작으로 수많은 종북 인사들의 대남 기만전술은 더욱 극성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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