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7 전승절 행사에 실제 참전하지 않은 ‘8·3노병’도 섞였다?

전쟁노병 인원 보장 어렵자 당에서 전쟁세대 일부 추출…"전승세대 개념 자체를 재구성한 정치적 조치"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7월 28일 평양에서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 72주년을 기념하는 상봉모임과 예술 공연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지난달 27일 평양에서 진행된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 기념행사에 참가한 전쟁노병들 가운데 실제 군인으로 전쟁에 참전하지 않은 이들도 다수 섞여 있었던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데일리NK 평양시 소식통은 18일 “조국해방전쟁(6·25전쟁) 승리 72돐(돌) 기념행사에는 다른 해와 다르게 실질적인 전쟁 참가자들 외에도 정부가 ‘8·3노병’이라고 새롭게 이름 붙여 참가시킨 주민들이 여럿 있었다”고 전했다.

전쟁노병들이 고령으로 숨져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형편에서 북한은 전쟁에 실제 참가하지는 않았지만 이 당시를 기억하는 전쟁 세대 노인들에게 ‘8·3노병’이라는 칭호를 내적으로 부여해 국가적 행사 참가 자격을 주고 군복까지 긴급 지급했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현재 생존해 있는 전쟁노병은 전국 각 도의 시·군별로 10명 미만인 데다 90세가 넘는 초고령자도 많아 거동이 힘든 상황이어서 행사 참가가 가능한 실제 전쟁노병 인원이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 5월 초 전승절 계기 대규모 행사 참가 인원 구성이 어려워졌다는 보고가 올려졌고, 결국 당에서는 전쟁에 참가하지 않았더라도 전쟁을 직접 겪은 주민들을 찾아내 행사에 참가시키는 방식으로 대상 범위를 확장했다는 것이다.

다만 전쟁을 겪은 주민 중에서도 당시 소년근위대, 소년빨치산으로 활동하며 후방에서 원호 활동을 했던 흔적이 있는 70대 이상의 주민들 위주로 행사 참가 자격이 주어졌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행사 두 달 전부터 각 도·시·군당에 대상자 추출 지시가 내려졌으며, 이에 맞춰 중앙에서는 외형상 일반 전쟁노병들과 구분되지 않도록 통일된 군복과 훈장을 준비하는 한편, ‘자신들이 체험한 전쟁을 어떻게 서술할 것인가’에 관한 사전 교양도 준비한 알려졌다.

소식통은 “이러한 방향 전환은 2024년 12월 당 전원회의에서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께서 직접 제시한 내적 방침에 근거한 것”이라며 “당시 원수님께서 ‘위대한 항일 1세대가 사라졌듯, 전승세대까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두어서는 안 된다’라고 언급하신 데 따라 전승세대의 개념 자체를 재구성한 정치적 조치”라고 말했다.

이어 소식통은 “역사의 연속성은 생물학적 생존을 넘어서, 체험과 신념, 그리고 정치적 연출을 통해 계승된다는 것이 이번 조치의 핵심”이라며 “’서사 확장’이라는 방식으로 세대 단절을 극복하고 체제의 정통성을 각인시키려는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즉, 이번 사안은 단순히 전쟁세대를 행사에 참가시킨다는 것을 넘어서 전승세대의 혁명 정신을 이어가기 위한 김정은 정권의 정치적 유산 관리 정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다만 북한은 ‘8·3노병’을 철저히 당 내적으로만 규정짓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정제된 통제 속에서 8·3노병으로 행사에 참가하게 된 이들은 ‘우리가 노병이 될 줄은 몰랐다’며 이렇게라도 평양에 가서 대접을 받고 죽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며 기뻐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