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에서 점심 외식문화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늘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던 주민들이 최근에는 점심을 밖에서 사 먹는 추세라는 것이다.
30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은 “최근 신의주시 시내 곳곳에 사발(그릇)국수 장사꾼들이 크게 늘었다”며 “음식 판매 방식도 좌판, 좌석이 마련된 개인집, 배달 등으로 다양하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벤또(도시락) 대신 음식을 사 먹는 것이 이제는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며 “여자들도 벤또 준비하느라 아침부터 불 때고 시간 들이는 게 고역이었는데, 점심을 사 먹는 사람들이 많아지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 아니겠냐”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원래 북한에서는 간부나 돈주와 같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이들을 중심으로 외식문화가 발달해 왔다. 하지만 지금은 일반 주민들도 도시락보다 점심에 국수 한 그릇 사 먹는 게 훨씬 간편하고 경제적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특히 건설장 같은 야외 작업에 동원된 주민들의 경우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면서 도시락 음식이 상하는 경우가 많아 비교적 저렴한 국수를 사 먹는 것으로 점심을 때우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현재 신의주의 골목 좌판에서 판매되는 사발국수 한 그릇의 가격은 북한 돈 2000원으로 일반 주민들에게 크게 부담이 되는 돈은 아니라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오이냉국에 조미료를 풀고 오이채와 김치 몇 조각을 올린 단출한 구성이지만, 그래도 찾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식당이나 좌석이 있는 개인집에서 판매되는 국수는 이보다 가격이 비싼데, 식당은 1~2만원 사이, 개인집은 약 5000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어디서 점심을 먹느냐가 개인의 경제 수준을 나타내기도 한다”며 “하지만 돈이 없어 가랑이가 찢어지면서도 외식을 하려는 게 요즘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렇게 점심을 밖에서 사 먹는 주민들이 늘어나자 일부 식당이나 매대에서는 예약 시스템까지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예약을 하면 좌석을 따로 마련해 두는 것은 물론이고 밑반찬을 더 챙겨주는 경우도 있다”며 “손님 수에 맞춰 재료를 준비해 놓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재료가 부족하거나 남아도는 문제를 방지할 수 있어 장사하는 사람들에게도 예약은 편리한 제도로 인식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