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 하나에도 애국이 깃들게”…현장선 현실적 어려움 토로

불량품 계속 나오자 충성심 운운하며 다그쳐…전력·자재난 외면한 '정신력 만능주의'에 불만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4년 12월 21일 ‘지방발전 20X10 정책’에 따른 성천군 지방공업공장 준공식이 전날(2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석하에 성대히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지방공업공장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전시 군수품 생산자들의 충성심을 본받으라’라는 내용의 강연이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현장의 노동자들 속에서는 만성적인 전력·자재난을 외면한 ‘정신력 만능주의’에 대해 불만 섞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27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성천군 지방공업공장에서는 지난 19일 중앙당 선전선동부가 하달한 강연자료를 바탕으로 전체 종업원 대상 강연회가 진행됐다.

‘전시 군수품 생산자들처럼 인민소비품(생필품) 하나에도 최고의 애국이 깃들게 하자!’라는 제목의 강연자료는 종업원들이 애국심과 혁명성을 발휘해 생산 제품의 외형과 내구성, 포장 등 모든 면에서 당이 요구한 최상의 품질을 구현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날 강연에 나선 강연자는 “포장 불량이나 오작은 전압이나 자재 때문이 아니라 사상적 태만과 무책임의 결과”라며 “전쟁 시기 군수품을 만들던 생산자들처럼 비누 하나에도 조국애가, 운동화 끈에도 당을 따르는 우리들의 변함없는 숨결이 느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당이 바라는 것은 지방 인민들의 물질문화 생활 수준이 한 단계 발전하는 것”이라며 “기술자와 생산자 모두가 설계부터 포장, 배포까지의 모든 과정을 충성심의 표현으로 여기고 성실히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공업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에서 불량품이 지속 나오고 있는 데 대한 경각심을 높이면서 질 좋은 제품 생산에 만전을 기할 것을 주문한 셈이다.

하지만 현장의 노동자들은 “전압이 약하고 자재가 부족하니 어쩔 수 없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소식통은 “오작은 일부러 내는 게 아니라 전압이 약해 생기는 것이라는 게 공장 종업원들의 평가”라며 “종업원들은 애국심도 중요하고 혁명성도 좋지만 정상 전압을 보장하는 게 먼저라고 말하고 있고, 실제로 ‘전압부터 혁명화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공장 종업원들은 자재 부족으로 인해 공정이 지연되는 일도 잦다고 꼬집고 있다”며 만성적인 자재 부족도 생산에서 걸리는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처한 조건이 열악해 생산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인데, 이를 사상적인 문제로만 다루며 다그치니 노동자들의 사기와 의욕이 저하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소식통은 “성천군 지방공업공장은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께서 착공식과 준공식에 모두 참석하신 공장이라 종업원들이 큰 자부심을 갖고 있고 그만큼 책임성을 갖고 일하고 있다”며 “그런데 오작이나 품질 문제를 충성심 부족으로 몰아가니 오히려 사기가 떨어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한 종업원은 ‘그저 하라는 대로 맡은 일을 책임성 있게 해왔는데도 오작이 나면 충성심 부족이라고 정치적으로 몰아가니 손맥이 풀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성천군 지방공업공장은 김 위원장이 지난해 1월 ‘지방발전 20×10 정책’을 제시한 이후 전국에서 처음으로 착공에 들어가 10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준공된 공장이다.

김 위원장은 성천군 지방공업공장 착공식에 이어 준공식에도 직접 참석해 “제품의 질을 높이는 데 선차적인 힘을 넣어야 한다”, “현대적으로 꾸려놓은 생산공정들을 최대한 활용하여 인기 제품, 자기 지방 고유의 살아나는 명상품들을 많이 생산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