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과 인접한 중국 동북 지역에 밀반입된 북한산 고려약(한약)이 현지 중국인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급스러운 포장에 일부 제품은 QR코드로 성분과 효능 정보까지 제공하고 있어 ‘프리미엄 약’으로 주목받고 있다.
중국 현지 대북 소식통은 22일 데일리NK에 “중국인들은 양약이 효과는 빠르지만 화학 성분 때문에 해롭다고 여기기 때문에 전통적인 약재로 만들어진 약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 지린성, 옌볜 등 중국 동북 지역에 밀수로 반입된 고려약들이 유통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안궁사향과 금당-2 주사약은 싼 가격이 아님에도 수요가 특히 높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에서 명약이라고 소문난 ‘안궁사향’은 유통 물량이 많지 않아 일단 제품이 시장에 나오면 높은 가격임에도 금세 소진될 정도로 인기가 있다.
현재 중국에서는 2g짜리 앰플 6개가 들어 있는 안궁사향 한 세트 가격이 800위안(한화 약 15만 4000원)에 달하는 고가에 팔리고 있다. 해당 제품의 제조사는 ‘조선동방족효약물제약회사’이며, 포장지에는 ‘즉효구심소생약’ 등의 문구가 담겨 있다.
무엇보다 안궁사향은 다른 고려약과 달리 소비자들이 QR코드를 통해 성분과 효능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 제품 신뢰도가 높다고 한다.
소식통은 “안궁사향은 여기(중국) 노인들 사이에서 비상약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뇌출혈이나 뇌혈전에 빠른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자자하기 때문인데, 그래서 자녀 세대가 부모님들을 위해 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아울러 북한 중앙당 고위간부들이 만병통치약으로 쓰는 주사제 형태의 ‘금당-2’ 주사약도 중국에서 잘 팔리는 제품 중 하나로 알려졌다.
안궁사향보다 수요는 다소 낮지만, 면역력 개선 효과가 탁월하다는 인식이 퍼져 있어 그 외 다른 고려약 제품들과 비교해 비교적 높은 판매율을 보이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금당-2 주사약은 QR코드 스캔이 가능한 제품도 있고 그렇지 않은 제품도 있으며, 포장 수준에 따라 가격 차이도 있다고 한다.
2㎖짜리 앰플 8개가 들어있고, 제조사가 영문으로 ‘Pyunggang pharmaceutical co. LTD’(평강제약회사)라 적혀 있는 금당-2 주사약은 현재 중국에서 500위안에 팔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특히 해당 제품의 포장지 중앙에는 뱀이 지팡이를 휘감고 있는 형상이 그려져 있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고대 그리스 신화 속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의 상징인 ‘아스클레피오스 지팡이’를 모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의료와 의학을 상징하는 보편적 이미지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데, 북한이 이를 자체적으로 차용·변형해 자국 제품에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코로나 이전에도 중국에 고려약들이 반입됐지만 당시 제품들은 지금처럼 포장이 고급스럽지 않았다”면서 “지금 팔리고 있는 고려약들은 제품 외관부터 고급스러운데, 이렇게 이미지를 탈바꿈하면서 더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소식통은 “QR코드를 통한 정보 제공은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변화”라며 “이는 중국 내 소비자들의 신뢰를 확보하고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