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최대 명절인 김일성 생일을 맞아 평양에서 ‘제9차 4월의 봄 인민예술축전’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축전 참가자들이 실전 공연 무대에 오르기 위해 뇌물 공세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복수의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축전은 전문가와 비전문가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비전문가 부문에 해당하는 공장, 농장 단위의 참가팀들은 시(군)·도 예선을 거쳐 평양 본선 무대에 진출하기 위해 적지 않은 뇌물을 상납했다.
도에서 선발된 참가팀들은 평양에서 중앙의 최종 심사를 받게 된다. 다만 이때 어떤 심사위원이 심사를 맡게 될지 알 수 없어 각 참가팀은 인맥을 동원해 중앙당이나 내각 문화성 등의 핵심 간부들에게 뇌물을 바치느라 여념이 없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심사위원은 보통 4~5명 정도로, 뇌물을 많이 쓴 조직(팀)은 미리 심사위원 구성을 알고 있는 경우도 있다”며 “그만큼 심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뇌물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도(道)에서 올라온 작품들을 보면 기량이 도토리 키재기 수준”이라며 “결국 중앙(평양)에서 열리는 무대에 오를 수 있는지는 작품의 완성도보다 심사 성원들의 입맛에 따라 결정된다”고 했다.
심사위원에게 뇌물을 쓰지 않으면 평양 무대에 오르기 어렵다는 인식이 공공연하게 퍼져 있다는 게 이 소식통의 말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는 인민예술축전이 개막했다면서 분위기를 띄웠지만, 내막을 보면 심사 기준의 불투명성, 지방 참가자들의 과도한 뇌물 상납, 심사위원들의 편파적 평가 등 부정부패가 만연하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평양에서 최종 심사를 받게 된 지방의 참가팀들은 의상, 소품 준비부터 이동비, 체류비, 식사비까지 모두 개인이 준비해야 하는 것으로 상당한 부담을 떠안았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지방 공장, 농장의 예술소조원들이 참가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생활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무대 의상, 소도구 등을 준비하는 것부터 힘들어한다”며 “소속된 곳에서 지원을 전혀 해주지 못하면 참가자들이 직접 심사 성원들에게 바칠 뇌물도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충당해야 하는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최종 심사를 받기 위해 평양행을 한 일부 지방의 참가팀들은 “평양에 와본 것 만으로도 만족한다”며 평양 방문 자체에 의의를 두는 분위기도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앞서 평양에서 진행된 최종 심사에서 탈락한 참가팀들은 다음 날 곧바로 고향으로 가야 했는데, 일부 참가팀들은 “우리가 언제 평양에 와보겠나. 평양 구경한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며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는 후문이다.
한편, 북한 매체들은 이번 제9차 4월 봄 인민예술축전이 10일부터 17일까지 인민문화궁전과 평양대극장, 청년중앙회관 등 평양 소재 극장 및 회관에서 진행된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은 인민예술축전을 수령 우상화와 체제 우월성 선전을 통한 내부 결속에 활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