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시 일대 온실농장 건설에 동원된 군인들이 여전히 동복을 착용한 채 작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적으로는 4월 1일을 기점으로 하복으로 바꿔 입게 되는데, 널뛰기 기온에 하복 교체 및 착용 시기가 예년보다 보름가량 늦어졌다는 전언이다.
14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은 “신의주시 온실농장 건설과 제방 축조 작업에 동원된 일부 군부대 지휘부가 오락가락한 날씨 탓에 병영을 떠나 한지에서 생활하는 군인들의 건강과 편의를 고려해 여름 피복 교체 및 착용 시기를 예년보다 보름 정도 늦췄다”며 “지휘부에서 밝힌 여름 피복 교체 착용 시기는 15일부터”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4월에 들어서도 겨울 피복을 입고 일하다 보니 건설 현장에서는 작업 중간마다 이어지는 쉬는 시간만 되면 군인들이 다들 신발을 벗고 땀을 식히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포착됐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군은 4월 1일부터 10월 30일까지는 하복을, 11월 1일부터 3월 30일까지는 동복을 착용하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
날씨나 공급 여건 등 여러 가지 조건을 따져 융통성 있게 피복 교체 착용 시기를 조정하는 게 아니라 정해진 시기에 상·하의, 내복, 양말, 신발까지 한 번에 일괄적으로 피복을 교체하고 또 입게 하다 보니 군인들은 춥거나 더운 날씨에 그대로 노출되는 실정이다.
소식통은 “군인들은 날이 더워도 겨울 피복을 벗을 수 없고, 추워도 여름 피복으로 버텨야 한다”며 “특히 건설 현장에 동원된 군인들은 한지에 천막을 짓고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정규 내무 생활을 하는 군인들보다 날씨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일반 주민들처럼 기온에 따라 옷을 맞춰 입을 수도 없는 형편이다 보니 군인들로서는 불만을 호소할 수밖에 없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실제 건설장에서 종일 작업하는 군인들은 “더워지면 겨울 피복 상의는 벗어 던지고 일하면 되는데 겨울 신발은 벗고 일할 수 없어 고통스럽다”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일부 군인들 속에서는 하복 교체 착용 시점이 늦춰진 것에 대해 좋다는 반응도 나왔다고 한다. 하복으로 바꿔 입자마자 꽃샘추위가 닥쳐 감기를 앓곤 했던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이번 조치를 오히려 다행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군 생활이라는 게 본래 배고픔, 피곤함, 자유의 부재, 육체적 고됨 등 고난의 연속”이라며 ”피복에 있어서도 군인들은 겨울 피복으로 교체하면 ‘더워죽겠다’, 여름 피복으로 교체하면 ‘추워죽겠다’를 반복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추위와 더위를 견디는 일마저도 군인들에게는 또 하나의 고통이 되고 있어 보고만 있어도 마음 아프다”며 “기온과 여건에 따라 피복 교체 착용 시기를 정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을 드러내는 군인들이 많다”고 전했다.
한편 평안북도 내 다른 지역의 군인들은 이미 하복을 착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번 조치는 전군적으로 내려진 것이 아니라 외부 작업에 동원된 일부 부대에 국한된 조치로 파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