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소학교(초등학교)와 초·고급중학교(중·고등학교)들이 내달 1일 시작되는 새 학년 새 학기를 앞두고 ‘교실 꾸리기’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현금을 요구하고 있어 학부모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은 “최근 평성시를 비롯한 도내의 모든 소학교와 초·고급중학교들에서 교실 꾸리기를 이유로 학생들에게 세외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면서 “거의 모든 학교에서 현금을 거두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학교들은 매년 새 학년 새 학기를 앞둔 3월 중순에 교실 벽에 페인트칠을 하거나 칠판을 도색하는 등 교실 꾸리기 사업을 진행한다. 하지만 학교들은 자체적으로 이런 사업을 진행할 여력이 되지 않아 학생들에게 교실 꾸리기에 필요한 돈을 부담시키고 있다.
소식통은 “3월이 되면 학교에 다니는 자식을 둔 부모들은 교실 꾸리기에 필요한 돈을 내야 하는 달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라면서 “하지만 학교에서 포치(할당)되는 금액이 워낙 부담스러워 한숨과 불만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평성시의 한 소학교에서는 교실 꾸리기에 필요한 재료 구입을 명목으로 학생 1인당 평균 북한 돈 9만 원을 내도록 했다는 전언이다. 학급의 학생 수에 따라 교실 꾸리기에 필요한 금액 액수가 약간씩 달라지는데 학생 수가 적은 학급은 1인당 10만원이 넘는 비용을 내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교가 각 학생에게 요구한 9~10만 원은 현재 북한 시장에서 쌀 10kg 정도를 살 수 있는 돈이다. 학생들에게 할당된 현금 과제는 사실상 학부모들이 책임지기 때문에 하루 두 끼조차 챙겨 먹기 어려운 상황에 있는 세대의 경우 이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금액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현재는 춘궁기에 해당하는 때여서 교실 꾸리기 비용에 대한 학부모들의 심리적 부담이 더욱 크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3월부터는 보릿고개가 시작돼 있는 쌀도 아껴 먹는 시기”라며 “이런 때에 학교에서 내라는 돈이 많으니 부모들이 어디서 돈을 마련해야 할지 막막해 한다”고 전했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학교에 내야 할 돈을 제대로 내지 못하면 따가운 눈총을 맞을 것을 우려해 빚을 내서라도 교실 꾸리기 비용을 마련해 내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점점 먹고 살기 힘들어지면서 자식도 하나 또는 둘만 낳는데 자식에게 들어가는 돈은 왜 더 늘어나는지 모르겠다”면서 “교실 꾸리기 비용 때문에 새 학기가 다가오는 게 무서울 정도라고 한탄하는 부모들이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