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노트 정리조차 떠넘기는 간부들…”저 모양이니…”

1분기 정치사상 학습 총화 검열 앞두고 아랫사람에게 떠넘겨…주민들 "간부들부터 혁명화 해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9일 만경대구역당위원회의 간부들을 조명하면서 “인민생활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1분기 정치사상 학습 총화 시기를 맞아 상급 간부들의 학습 노트를 대신 정리해야 하는 하급 간부들이 밤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여러 계기에 ‘간부 혁명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간부들이 학습 노트 정리조차 아래 간부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데일리NK 평양 소식통에 따르면 1분기 정치사상 학습 총화가 있는 3월은 젊은 당 일꾼들에게는 피곤하고도 괴로운 시기다. 총화에서 학습 노트 검열이 이뤄지는데, 상급 간부들이 검열에 앞서 하급 간부들에게 학습 노트 정리를 시키기 때문이다.

실제로 평양시의 한 구역당에서 일하는 한 젊은 일꾼은 요새 퇴근 후 저녁마다 상급 간부들이 떠맡긴 학습 노트를 정리하느라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있다. 낮에는 일하느라 정리할 시간이 없어 퇴근하고 나서 몰아서 정리하는데, 이 때문에 밤잠도 제대로 못 잘 정도라고 한다.

북한 간부들은 정기·비정기적으로 진행되는 다양한 정치사상 학습에 참여해야 하며, 학습 내용을 반드시 노트에 정리해 시기적으로 제기되는 총화에서 검열을 받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간부들이 밀린 학습 노트 정리를 하급 간부들에게 떠넘기는 관행이 지속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높은 직급에 있는 간부들은 학습장(학습 노트) 검열을 걱정하지 않는다”며 “구역당 부장 정도면 부서 종합지도원에게 (노트) 정리를 시키면 되고 종합지도원은 또 그 아래에 있는 젊은 일꾼들에게 지시해 정리하게 하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간부들이 학습에 형식적, 만성적으로 참여하면서 한편으로는 검열에 대비해 자신의 학습 노트를 대신 정리해 줄 사람을 물색하고 점찍어두는 것이 일상적인 풍경이 됐다고 소식통은 지적했다.

그는 “사실 머리가 제일 썩은 건 위에 있는 간부들”이라며 “하급 간부들이 윗분들의 학습장까지 챙기고 정리하는 것이 업무의 일부로 돼버린지 이미 오래”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말 남포시 온천군과 자강도 우시군에서 각각 발생한 음주접대, 주민 재산 침해 사건과 관련해 소집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0차 비서국 확대회의에서 “새로운 당 건설 노정에서도 핵심과제는 역시 간부 혁명화”라며 올해를 ‘혁명적 당풍 확립의 해’, ‘전당 강화의 해’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는 간부 혁명화를 주문하며 간부들의 태도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고 있지만, 실상 간부들은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아랫사람들을 부려 학습 노트 검열을 무사히 통과하는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을 아는 주민들의 불만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간부들이 저 모양이니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겠느냐”, “간부들 대가리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우리는 서로 학습장을 돌려가면서 채워가기는 해도 누구를 시켜 먹지는 않는데 간부들은 혁명적인 말을 곧잘 하면서 정작 자기들은 비양심적인 행동을 거리낌 없이 하고 있다며 우리를 붙잡고 학습을 강요하지 말고 간부들부터 혁명화를 해야 한다고 꼬집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