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 내 참배 제외…격노한 김정은, 1호 비준 과업 내렸다

"인민의 순결한 충성심에 먹칠한 망동 짓”…간부들은 앞으로 행사 준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

금수산태양궁전
금수산태양궁전 내 김일성·김정일 동상 앞에 ‘김정은’이라고 적힌 꽃바구니가 놓여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평안북도 룡천군 당위원회가 ‘정치 행사 보장을 명목으로 인민에게 세외부담을 시키지 말라’는 1호(김정은 국무위원장) 비준 과업을 바탕으로 군당 집행위원회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은 “룡천군당이 광명성절(김정일 생일, 2월 16일)을 앞두고 1호 비준 과업이 내려진 데 따라 지난 24일 집행위원회 회의를 열었다”며 “이번 회의에서는 최근 모범 농업 근로자들의 평양 견학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가 주요 안건으로 다뤄졌으며, 비준 과업에 따른 대책 보고가 있었다”고 전했다.

소식통이 전한 이번 비준 과업 하달 배경은 이렇다.

최근 진행된 모범 농업 근로자들의 평양 견학에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일정이 포함돼 있었는데, 황해북도의 한 농업 부문 간부가 참배 참가 비용을 명목으로 농장원들에게 돈을 요구하고, 돈을 내지 못한 농장원들을 참배에서 배제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런데 이 사안이 1호 보고로까지 올라가게 되면서 문제가 심각해졌다. 보고를 받은 김 위원장이 격노하며 “우리 인민의 순결한 충성심에 먹칠한 ‘망동 짓’, ‘반인민적 행위’로 낙인찍어 당적으로 엄격히 처벌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에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를 비롯한 각종 정치 행사에 돈을 걷는 관행이 일반화돼 있다는 점도 보고되면서 정치 행사 보장을 명목으로 주민들에게 세외부담을 시키지 말라는 김 위원장의 비준 과업이 전당적으로 내려오게 됐다는 설명이다.

군당 집행회의에서는 정치 행사를 보장하는 데서 주민들에게 세외부담을 주는 관행을 타파할 것을 강조하며 향후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경우 해당되는 일꾼(간부)들에 대해서는 강한 당적 비판과 처벌 내릴 것을 밝혔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간부들의 책임만 묻는 식의 대책을 세운 데 대해 불만도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당내 일꾼들 속에서는 ‘정치 행사 비용을 주민들에게서 걷는 관행은 특정 단위에서만 벌어진 일이 아니다’, ‘당에서 하라고 하는 그 많은 정치 행사를 세외부담 없이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걱정’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며 “‘결국 정치 행사는 계속해야 하고, 상부의 눈치를 보면서 준비해야 하는 우리들만 난감하게 됐다’는 푸념 섞인 말을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일을 전해 들은 일부 주민들은 올해 김정일 생일 관련 정치 행사에서 간부들이 대놓고 돈을 요구하지 않고 극도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 것이 이제야 이해된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이번 광명성절 행사에 일꾼들이 현금이나 생화를 요구하지 않은 게 그런 이유일지 알아차린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라며 “이번 1호 비준 과업도 공식적으로 전해지는 게 아니라서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일 5면에 모범적인 농업 근로자들의 평양 견학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농업 근로자들은 위대한 수령님(김일성)과 위대한 장군님(김정일)께서 영생의 모습으로 계시는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 삼가 인사를 올리고 지난해의 농업 생산 성과도 아뢰며 새 결의를 다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