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지난해 말 노동당 제8기 제11차 전원회의에서 2024년 식량 생산계획을 107% 초과 완수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엔 북한은 식량 부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일 기준 평양 쌀 가격은 8500원으로 1년 전 가격에 비해 약 2배로 상승했고, 기아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주민 수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북한 식량문제는 농업 생산 증가만으로는 절대 해결 불가능하고 축산업과 농산업을 동시에 발전시켜야 한다고 판단한다. 북한도 이를 인지하고 2012년부터 축산과 농산업의 고리형 순환생산체계를 주장하고 있지만 10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원인은 무엇일까?
첫째, 말로만 떠들고 실제 축산업에 투자를 하지 않아 축산물 생산이 지속 감소하기 때문이다. 북한 노동당은 ‘지방발전 20×10 정책’이 지방 성장의 해결 방안인 것처럼 떠들어댔지만 사실은 축산업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낫다.
축산업은 지역 경제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뿐만 아니라 주민 식량 부족 문제 해결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농촌 지역 경제 성장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축산업은 곡물 생산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지역 경제의 핵심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이나 가축분뇨는 퇴비와 물거름으로 활용되어 경종 농가에 유용하게 사용되며, 바이오 가스화나 고체 연료로 변환해 지역 에너지 기반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아울러 축산업의 활성화는 지역 주민들에게 안정적인 소득원과 고용 기회를 제공해 농촌 주민들의 경제적 기반을 강화하여 생활난을 개선하는데도 이바지할 수 있다.
둘째, 가축 사육 수의 부족도 문제다. 2024년 사육 수는 여전히 침체 상태다. 2023년 통계청 자료로 남북한 가축 사육 규모를 비교해 보자. 소 56만 마리(북) 대 400만 마리(남), 돼지 240만 마리 대 1100만 마리, 닭 580만 마리 대 1억 8200만 마리로 엄청난 차이가 있다. 또한 지난해 가축 사육 수는 사료 부족, 질병 만연으로 2023년보다 감소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2024년 북한의 가축 사육이 수요에 미치지 못한 결과 축산물 생산이 감소하고 시장에서 축산물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결과 단백질 부족으로 모든 주민이 단백질 EAR(한국인 1일 영양섭취기준의 평균 필요량 0.73g/kg/day) 미만 섭취자 상태라는 평가다.
북한 주민이 정상 단백질 섭취 수준의 100%를 보장하려면 1일 182g의 육류와 달걀 1개가 필요하며, 동물단백질로 50%만 보장한다고 해도 1일 1인 91.25g, 1년 33.3kg은 공급해야 한다. 북한 주민 2500만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육류는 1년에 적어도 83만 2656톤을 생산해야 하는 셈이다.
북한의 축산업 생산능력이 최고 생산 연도 수준으로 복구된다고 가정해도 1년에 28만톤 정도일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육류 55만톤이 외부로부터 공급돼야 한다.
셋째, 사료 부족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사실 북한 축산업이 직면하고 있는 4가지 난제(품종, 사료, 방역, 사육환경) 중 가장 시급한 문제가 바로 사료 부족이다. 농사를 직접 짓는 농장의 경우도 이 사료 부족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2024년 자연재해와 경제난에 의한 곡물 부족으로 사료 산업에 위기가 도래하면서 축산업 전반이 위축됐다.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2024년 북창 돼지 공장 배합사료 사용률은 35%로 2015년 46%에 비해 약 11% 감소했다. 이는 곡물의 부족으로 옥수수, 대두박 등 주요 사료 원료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옥수수, 콩 가격이 국내 외 곡물 가격의 변동으로부터 영향을 받게 됐다는 점도 문제점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옥수수 가격은 2000원에서 4500원으로 2배 이상, 콩은 4000원에서 7000원으로 1.8배 증가했다.
따라서 축산 부문에서 양질 사료의 공급 부족은 갈수록 난제의 영역이 되고 있고, 이는 결국 북한 축산업의 성장에 커다란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므로 수입을 통한 사료용 곡물의 확충과 사료 산업의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2025년 축산업 성장을 위해서 경직된 자력갱생 정책에서 벗어나 국영 축산이나 농장 및 개인 부업 축산이 알아서 사료 문제를 해결하게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농장과 농민은 사람이 먹을 식량도 부족한 국내 사료 자원에 매달리기보다 수입을 통하여 유연한 사료 생산 기반을 다져 나갈 필요가 있다.
축산업의 활성화는 농촌 지역의 경제적 번영을 위한 농민의 생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질적인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산업이다. 따라서 북한 정부와 지방 인민위원회는 축산업에 종사하는 농장과 농민에 절대적 자율성을 부여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지역 시장과 국제사회 긴밀한 협력을 통해 축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