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서 화려한 행사로 충성심 유도…주민들, ‘특별 경험’에 방점

연말 평양으로 여행 떠나는 사람들... 당국도 체제 선전 위해 지방 주민 평양 방문 독려하기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일 "2024년 1월1일 우리 공화국의 자랑찬 역사와 더불어 영광의 광장, 승리의 광장으로 빛을 뿌리고 있는 김일성광장에서 국기게양식이 엄숙히 진행됐다"라면서 "황홀한 축포가 일제히 터져올라 신년경축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라고 전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월 1일 “2024년 김일성 광장에 황홀한 축포가 일제히 터져올라 신년경축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라고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여행의 자유가 보장돼 있지 않은 북한에서는 연말 문화를 즐길 만한 꺼리가 그리 많지 않다. 그나마 수도 평양이 화려한 조명과 함께 특별한 활기로 가득차 있다는 점에서 ‘평양 여행’은 도전할 만한 일로 꼽힌다.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은 26일 “평양의 만수대 동상과 대동문, 김일성광장 일대는 여느 때처럼 화려한 조명들로 장식됐다”면서 “이에 평양 이곳저곳은 연말 분위기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평양에서의 불꽃놀이, 공연을 배경으로 추억을 남기는 건 지방에 거주하는 부유층 가정에서 하나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았다. 가족 단위로 특별한 경험을 쌓겠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평양행 지방 주민들은 누구?

특히 최근엔 평안북도의 돈주(신흥부유층), 사업가와 그 가족들이 연말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아 평양 방문을 계획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는 수해 피해 가족들이 평양 여행을 즐기는 모습에 자극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방 사람인 이들에게는 평양시 여행을 위해 승인번호가 필수인데 이를 받아내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평상시엔 20달러가 필요하지만 새해엔 특별경비 근무주간이라는 점에서 40달러가 소요된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평양에서 보내는 2박 3일 동안의 특별한 연말 분위기와 새해를 맞이하는 카운트다운의 설렘이 과도한 비용 부담을 상쇄시킨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신의주, 룡천, 염주에 사는 돈주나 사업가들은 연말에 평양으로 올라가고 싶어한다”며 “안해(아내)와 자식들이 화려한 평양의 연말 분위기를 경험해보고 싶어 하니 가장으로서 돈을 버는 이유도 가족의 소원을 들어주려는 것으로 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김일성광장에서 새해를 맞이하며 10초부터 1초를 세는 그 순간은 가족들에게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올 것이라며 이를 위해 필요한 여행증명서와 평양시 승인번호를 마련하느라 분주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일 김정은 당 총비서 참관하에 '2024년 신년경축대공연'이 5월1일경기장에서 성대히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대공연에는 공훈국가합창단, 왕재산예술단을 비롯한 관록있는 예술단체 예술인들과 시 안의 예술교육기관 학생들, 빙상선수들, 어린이들이 출연하였다"라고 전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월 1일 김정은 당 총비서 참관하에 ‘2024년 신년경축대공연’이 5월1일경기장에서 성대히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대공연에는 공훈국가합창단, 왕재산예술단을 비롯한 관록있는 예술단체 예술인들과 시 안의 예술교육기관 학생들, 빙상선수들, 어린이들이 출연하였다”라고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축소된 장식, 그러나 당국은 평양시 여행 독려…그 이면은?

소식통에 따르면, 올해 평양시의 연말 조명은 대동문, 주체사상탑과 김일성광장 등 주요 중심지와 행사지역에만 집중적으로 설치돼 예년보다는 규모가 축소됐다. 과거의 화려함보다는 절제된 분위기가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은 지방 주민들의 개인적 평양 여행이나 기관별 집체 평양시 견학을 통제하지 말고 오히려 독려하라는 포치를 하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화려한 조명과 공연을 통해 당과 지도부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말 행사를 단순히 한 해를 보내는 축제가 아닌 체제의 메시지를 주민들에게 각인시키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주민들은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따뜻한 연말을 보내며 작은 행복을 찾고 있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연말 행사를 통해 소소한 즐거움과 가족 간의 온기를 누리며 새해의 희망을 꿈꾼다”면서 “하지만 형편이 넉넉지 않은 대다수의 주민들에게는 그저 사치로 느껴질 뿐이고 그 간극이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