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일부 지역 행정기관이 내년 명절에 공급될 물자를 마련한다는 명목으로 세대마다 경제 과제를 부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난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제가 부여되자 주민들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고 한다.
3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영변군 인민위원회는 지난달 20일 주민들에게 내년 명절 공급용 물자 생산에 지원할 용도라며 각 세대에 도로리쌀(도토리 껍질을 벗긴 속 열매) 3kg을 납부하라고 지시했다.
북한에서 명절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까지 삼대(三代)의 생일을 포함한 국가 기념일을 일컫는데, 당국은 주로 삼대 생일에 주민 세대별로 술을 1병씩 공급하거나 아이들에게 과자나 사탕 같은 당과류를 선물한다.
이런 가운데 영변군 인민위원회는 아이들 몫으로 당과류 선물이 내려진다는 이유에서 세대마다 아이가 있는지 파악한 후 그에 맞게 과제 할당량을 추가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생후 3개월 이상 12세 이하 어린이가 있는 세대에는 아이 1명당 콩 300g과 닭알(달걀) 5개를 더 내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명절 공급을 이유로 과제가 내려오자 주민들은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현재 시장에서 도토리쌀 1kg은 강냉이(옥수수) 1kg 값과 맞먹는 4000원에 판매되고 있는데, 이에 주민들은 “(과제로 내려온) 도토리쌀 3kg을 구할 돈이면 사흘치 식량을 살 수 있는 돈”이라며 “하루 먹고살 돈 벌기도 힘든데 어떻게 사흘치 식량 값을 낼 수 있겠느냐”고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제를 하지 않고 명절 선물도 받지 않겠다는 주민들까지 나타나자 인민반장들은 수첩을 들고 다니면서 명절물자를 받을 집과 받지 않을 집을 구분하는 작업에 나섰다고 한다. 명절에 술을 받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표한 세대는 도토리쌀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경제 과제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 여론을 최소화하려는 나름의 조치로 보인다.
소식통은 “선물을 마련한다거나 주민 공급용 기초식품을 만드는 데 필요하다며 경제 과제를 내리면 주민들에게 부담이 된다는 걸 일꾼들도 알고 있는 것 같다”며 “그래서인지 요새는 예전처럼 과제를 하라고 협박이나 훈시를 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행정기관 일꾼들도 주민들의 고충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이를 감안하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아이들이 있는 세대는 당과류 생산에 필요한 식자재 과제를 반드시 수행해야 하고 당과류 선물도 무조건 받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후 3개월에서 12세 이하의 어린이들은 빠짐없이 선물을 받게 돼 있어 무조건 과제를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지난해에는 달걀 두 개를 내라고 하더니 올해는 왜 갑자기 다섯 개나 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닭알이 과자 반죽에 들어간다고 하지만 딱딱한 벽돌 같은 선물 과자에 그 많은 닭알이 실제로 다 들어가기는 하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