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북도가 도내 학생들에게 가을철 경제과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 않아도 치솟는 물가에 과제까지 내려지자, 주민 세대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20일 데일리NK에 “도(道) 인민위원회가 지난 8일 도내 모든 대학교와 11세 이상 초·고급중학교(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가을철 경제과제라는 명목으로 학생 1인당 도토리 2kg 이상 제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특히 도 인민위원회는 해당 지시를 내리면서 “꼭 도토리가 아니더라도 도토리 2kg의 시가에 해당하는 대용품 제출도 좋다”며 “예를 들어 들깨 1.5kg로 대체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에서는 매년 가을철 지역별로 학생들에게 경제과제를 내리는데, 목적은 도내 지방공장들의 원료를 마련하려는 것이다. 평안북도가 이번에 도토리나 들깨를 언급한 것도 도내 식료공장들에 공급할 원료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렇게 가을철 경제과제가 떨어지자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서둘러 시장에 나가 도토리나 들깨 구매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시장에서는 물량 부족으로 도토리와 들깨 가격이 치솟고 품귀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도토리와 들깨 가격은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올랐지만 이마저도 물량을 구할 수 없어 학생들은 현금으로 대신해 낼 수밖에 없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의 학생들은 현금으로도 과제를 할 수 없는 형편으로 알려졌다.
이에 학교들에서는 현금으로도 과제를 할 수 없는 학생들에게 다른 식용 기름이나 40% 알코올, 디젤유, 휘발유 등을 마구잡이로 받아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다만 이 역시 저렴하지 않은 것들이라 주민 세대의 경제적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가을인데도 쌀값은 매일 같이 오르고, 월동 준비도 해야 하는데 경제과제까지 너무 과도해서 화가 난다며 비난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들의 학생들은 부모들과 함께 울상을 짓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학교 교사들은 도 인민위원회가 내린 가을철 경제과제를 자신들의 배를 불릴 절호의 기회로 여기며 이를 악용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배급도 제대로 내려오지 않고 월급도 적어 생활난에 직면해 있는 교사들은 학생들이 납부해야 하는 과제 할당량보다 더 많은 양의 현물을 노골적으로 요구하며 이 차제에 자신들의 부족한 식량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일부 교사들은 일반 학생들에게는 도에서 정해준 2kg의 도토리 과제만 수행하게 하고 학급의 학급장이나 학급 위원들에게는 그보다 5배 많은 10kg의 도토리 과제를 내세우고 학부형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