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랫말 바꿨는데 아직도 ‘김정일 장군님’ 부르는 北 주민들

'사랑하자 나의 조국' 가사에서 김정일 찬양 부분 삭제했지만 주민들은 익숙한 이전 가사로 불러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5월 15일 “전위거리 준공식이 지난 14일 성대히 진행됐다”고 전했다.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딸과 함께 준공식에 참석하고 직접 준공 테이프를 끊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주민들이 아직도 김정일을 찬양하는 선전 가요를 부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이 김정일을 직접적으로 찬양하는 노랫말을 다르게 바꿔 부르도록 했지만, 여전히 주민들은 익숙한 이전 가사로 부르고 있다는 전언이다.

8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지난달 30일 청진시내의 한 공장 직맹(조선직업총동맹) 학습 강연에서 직맹위원장이 ‘사랑하자 나의 조국’을 부르고 학습을 시작하라고 지시했는데, 직맹원들 대부분이 장군님이라는 단어가 담긴 이전 노랫말로 불렀다”고 말했다.

북한 선전 가요 ‘사랑하자 나의 조국’은 지난 1995년에 발표된 곡으로, 본래 후렴구 가사에 ‘사랑하자 나의 조국 김정일 장군님의 품이여’라는 김정일 찬양 표현이 담겨 있었다.

그러다 북한은 2021년 ‘김정일 장군님의 품이여’를 ‘한없이 은혜로운 품이여’로 개사해 주민들에게 재발표했다. 김정일에 대한 직접적인 찬양 표현을 지운 것이다.

실제 2020년까지만 해도 조선중앙TV 등 매체에서는 이전 가사의 노래가 흘러나왔는데, 2021년부터는 방송매체는 물론 주요 기념일 행사 등에서도 바뀐 가사로 노래가 불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5월 진행된 평양 서포지구 전위거리 준공식 기념 공연에서도 바뀐 가사로 불린 바 있다.

북한은 현재 김정은 독자 우상화 작업을 강화하며 선대 지우기에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김일성이 태어난 해인 1912년을 기준으로 하는 ‘주체’ 연호를 노동신문에서 폐기하거나 김일성의 생일인 ‘태양절’을 4·15 명절로 대체하기도 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얼굴이 단독으로 새겨진 초상휘장을 제작·배포하기도 했다.

선전 가요에서 김정일 찬양 가사를 수정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사랑하자 나의 조국’은 각종 행사와 공연은 물론 학습 및 노래 모임, 대열 행진 등에서 자주 불리는 선전 가요로 북한 주민들에게 상당히 익숙한 노래다. 이 때문에 당국이 계속해서 개사된 노래를 방송에 내보내고 있음에도 북한 주민들은 입에 붙은 이전 가사로 부르고 있는 것이다.

소식통은 “50~60대 나이 든 사람들만이 아니라 젊은 사람들도 바뀌기 전 가사로 노래를 부른다”며 “청년동맹 같은 조직에서 대열 훈련을 하거나 가창 행진을 할 때도 아직도 ‘김정일 장군님의 품이여’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전 가사로 불렀다고 해서 문제시되는 건 아니지만, 그로 인해 노래 중반부에서 흐름이 끊겨 어수선한 상황이 발생하곤 한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한번 머릿속에 각인된 가사를 다시 바꿔 부르는 게 쉽지 않다”며 “국가에서는 계속 바뀐 가사로 부르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를 고치지 못하고 김정일 장군님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태반”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