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강도 혜산시 학교들이 겨울철 난방을 위한 땔감 마련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현물 또는 현금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29일 데일리NK에 “이달 초부터 학교들에서 월동용 화목을 마련하라는 포치가 내려졌다”면서 “그런데 어느 학교, 학급이라 할 것 없이 현물이나 돈이 들어오지 않아 담임 교원(교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보통교육법 제49조(보통교육 부문의 재정예산)에는 “보통교육 부문에 필요한 자금은 국가 또는 사회협동단체의 예산으로 보장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으며 제50조(보통교육사업에 대한 사회적 지원 강화)는 “지방 인민위원회와 기관·기업소·단체는 교육 중시 기풍을 철저히 세우고 보통교육 학교 운영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학교 운영 관련 자금을 국가가 보장하도록 돼 있으나 실상 학교가 자체적으로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실정이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학부모들과 학생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실제로 북한은 오래전부터 겨울철 땔감 마련과 관련해 현물이나 자금을 학생들에게 과제로 할당해왔다. 올해도 어김없이 혜산시의 학생들에게는 1인당 나무 1㎥의 과제가 할당됐고, 현물이 없는 경우에는 현금으로 대체해 바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올해 나무 1㎥ 가격이 지난해보다 7만 원 올라 20만 원(북한 돈)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돈 20만 원이면 시장에서 쌀 25~30kg 정도를 구매할 수 있는 금액으로, 생계난을 겪고 있는 세대에 상당한 부담이 되는 액수다.
이에 올해 땔감 과제를 수행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아 혜산시의 일부 학교 담임교사들도 마음을 졸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혜신동의 한 소학교(초등학교) 한 학급에서는 약 20명의 학생 중 18명이 땔감 비용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해당 학급의 담임교사는 “부모들이 사는 게 다 힘드니 화목대를 내는 것을 힘들어한다. 부모들의 사정을 뻔히 알지만, 화목을 마련해야 공부할 수 있기에 매일 같이 재촉을 하는데 사람으로서 할 짓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그래도 몇몇 부모들이 내 마음을 알아주고 꼭 마련해서 내겠다고 하며 미안해하니 고마운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그는 “10월이 지나면 화목 값이 지금보다 오를까 걱정”이라면서 “배급이나 생활비(월급) 없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힘겨움보다 학생들에게 뭐를 내라고 포치할 때가 가장 힘들다. 사회적 과제를 내리는 일만 없으면 부모들도 부담이 덜어지고 나의 불편한 마음도 조금은 나아질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또 다른 동(洞)의 소학교 3학년 담임교사는 “겨울용 화목 마련 과제를 포치한 지 20일이 지났으나 절반도 들어오지 않아 과제를 못 한 학생들의 부모들을 모두 불러 어떻게 하면 좋을지 토론했다”며 “대책은 먼저 돈을 빌려 화목을 마련한 후에 돈을 천천히 갚는 것이었는데, 학급 분단위원장 부모에게 사정을 얘기하니 돈을 꿔주겠다고 해서 12월 10일까지 올해를 넘기지 않고 갚아주기로 약속하고 돈을 빌렸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혜산시의 일부 초급중학교(중학교)들은 2~3일씩 수업을 중단하고 겨울철 교실 난방용 나무를 구하는 일에 학생들을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예전에는 부모들이 불만이 많았는데 요새는 오히려 교원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어떻게 하나 자식 앞에 주어진 과제를 잘 내려 노력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갈수록 세외부담은 늘어나고 생활은 더욱 어려워져 자식들이 공부하는 교실에 필요한 화목을 마련해주는 것마저 힘든 현실에 절망감을 느끼는 부모들이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