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 호소해 금전적 도움 받았는데, 알고보니 거짓?

쾌차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힘들어도 100~300위안씩 돈 보낸 탈북민들 큰 실망과 분노 느껴

풍서 두만강 투먼 중국 지린성 양강도
19년 2월 중국 지린성 투먼시 국경 근처 마을.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는 북한 함경북도 국경 지역이 보인다. /사진=데일리NK

최근 중국에 살고 있는 한 30대 탈북민이 투병을 호소해 다른 탈북민들로부터 금전적인 도움을 받았으나 이것이 거짓으로 밝혀지면서 탈북민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는 전언이다.

23일 데일리NK 중국 현지 대북 소식통은 “지난달 초 중국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시 사는 한 탈북민이 몸이 아파 고통받고 있다고 호소해 다른 탈북민들로부터 도움을 받았다”면서 “그런데 그것이 거짓이었다는 것이 최근 밝혀지면서 그에게 도움을 줬던 탈북민들이 크게 실망하고 분노까지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내 탈북민들은 서로 사는 곳도 다르고 얼굴도 모르지만, 메신저 채팅방을 만들어놓고 소통하면서 자신의 아픈 상처를 터놓기도 하고 위로해주기도 하고 심지어 생일이면 서로 챙겨주기도 하는 등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초 채팅방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30대 탈북민 A씨가 며칠째 채팅방에 나타나지 않자 한 탈북민이 그에게 따로 연락해 안부를 물었다.

이에 A씨는 두통이 심해 머리를 들지도 못하고 울렁거림에 빈혈까지 있어 자리에 누워있다면서 병원에 가봐야 원인을 알 수 있겠는데 신분이 없으니 혼자서는 갈 수 없고 중국인 남편은 일 때문에 시간을 낼 수 없어 그대로 앓고만 있다고 토로했다.

A씨의 이 같은 사연은 그와 따로 연락한 탈북민을 통해 채팅방에 알려졌고, 이를 안타깝게 여긴 탈북민들은 그가 빨리 쾌차하기를 바라는 순수한 마음으로 100~300위안씩 자발적으로 경제적 지원에 나섰다.

소식통은 “중국에 있는 탈북민들은 불법 체류자 신분이라 정식 병원 진료도 어렵고 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비용이 많이 들어 아프면 그저 참고 견딜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탈북민들은 서로가 이런 처지에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 아프다고 하면 동정심을 느끼고 자신도 힘들지만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탈북민들이 A씨를 위해 십시일반으로 모은 성금은 5000위안이 넘었다고 한다.

그러나 A씨가 한국에 갈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프다고 거짓말하고 동포애를 자극해 돈을 얻은 것이라는 사실이 최근 우연히 드러나게 되면서 그에게 도움을 줬던 탈북민들이 큰 배신감에 휩싸인 것으로 전해졌다.

안타까운 마음에 그에게 실제 돈을 보낸 한 탈북민은 “여기 중국에 있는 탈북민들은 대부분 비슷한 처지라 아프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얼굴 한 번 본적 없어도 내 가족 같은 생각이 들어 마음이 쓰인다”며 “그래서 주머니에 100위안도 없어도 힘을 얻어 빨리 회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꿔서라도 돈을 보내주는데, 그게 거짓이었다니 너무 화가 난다”고 말했다.

그는 “돈 액수가 많고 적고를 떠나서 사람들의 마음을 이용했다는 것이 참 괘씸하다”며 “한쪽으로는 얼마나 돈이 급했으면 그런 거짓말까지 해가며 돈을 마련했을까 하는 생각에 더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고 덧붙였다.

소식통은 “이번 일로 문제의 탈북민은 채팅방에서 추방당하고 온갖 욕을 먹고 있다”면서 “그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탈북민들은 ‘돈이 필요했다면 진심을 악용하지 말고 터놓고 도와달라고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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