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당국이 국경절(10월 1일)을 계기로 9월 중순부터 현재까지 사회 질서 유지, 불법 활동 차단 등을 명목으로 길거리와 공공장소에서의 단속을 강화하면서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살아가고 있는 중국 내 일부 탈북민들이 극심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7일 데일리NK 중국 현지 소식통은 “(중국) 국경절을 맞아 길거리와 공공장소에서의 단속이 평소에 비해 강화되면서 여기에 살고 있는 탈북민들이 매우 불안하고 우울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은 매년 국경절을 전후해 길거리와 공공장소에서의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는 예년보다 다소 이른 지난달 중순쯤부터 단속을 강화하기 시작했고, 지난달 23일부터는 공안(경찰)들이 길거리를 다니는 차량들의 트렁크를 일일이 열어보며 검사할 정도로 강한 검열이 이뤄지고 있다.
또 공안들은 노래방과 같은 유흥시설에도 수시로 들이닥쳐 사람들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있으며, 이에 중국에서 신분 없이 살고 있는 탈북민들은 마음 편히 외출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가뜩이나 신분 없는 서러움에 시달리는 탈북민들의 스트레스는 단속이 강화되면서 더욱 심해졌고, 심지어 어떤 탈북민들은 특히 길을 가며 전화를 하는 중 누군가 뒤에 다가오면 깜짝 놀라 말을 잇지 못하고 그대로 얼어붙는 등 극심한 불안 증세를 보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탈북민들은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이면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커져 평소보다 마음이 더 울적한데 신분이 없으니 자유롭게 다닐 수도, 함께 모일 수도 없으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라고 토로한다”면서 “일부는 신분이 없는 삶을 끝내겠다며 한국으로 가기 위해 나섰다가 붙잡혀 북송될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달 30일 랴오닝(遼寧)성 신빈(新賓)현에 사는 20대 탈북 여성이 신분 없이 더는 못 살겠다며 한국행에 나섰다가 공안에 체포되는 일이 벌어졌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소식통은 “여기(중국) 사는 탈북민 대부분, 특히 20~30대 젊은이들은 신분이 없어 언제 붙잡혀 북송될지 모르는 상황에 항상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안고 산다”며 “제발 하늘이 이들을 도와 한국에 가서 신분을 얻고 불안이 없는 삶을 살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런가 하면 랴오닝성 선양(瀋陽)시에 사는 30대 탈북 여성은 “추석에 1시간 떨어진 곳에 사는 친한 언니 집에 놀러 가기로 했지만, 단속이 심해져 신분 없이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다”면서 “(중국인) 남편이 데려다주면 갈 수 있는데 평소 내가 도망갈까 봐 항상 감시하고 외출하는 것을 꺼리는 사람이라 데려다주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고 그래서 결국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에 가는 길이 너무 위험하니 덜 위험할 때까지 마음을 내려놓고 기다려 보자 하다가도 이런 날이 오면 하루라도 빨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잡힌 사람들을 보면 또 무서워진다”며 “요즘은 ‘이런 상태로 오래 못 살고 죽겠구나’하는 생각이 자주 들어 혼자서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며 답답한 심정을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