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북도 인민위원회가 폭염에 대처하기 위한 일환으로 도내 공장·기업소들에 점심시간 자율 운영제를 도입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도 인민위원회는 이달 초 도내 공장·기업소들에 8시간 노동시간을 엄수하는 조건에서 오후 12시부터 3시 사이에 자율적으로 점심시간을 운영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도 인민위원회는 이번 지시에 대해 ‘근로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염려한 당의 크나큰 혜택’이라고 선전하면서 공장·기업소 간부들이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외부 작업 인원들이 일사병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데 각별한 주의를 돌려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을 강조했다.
외부 작업 인원들은 본래 오후 12시부터 1시까지로 정해진 점심시간을 마치면 어김없이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작업 현장에 나가야 해 폭염 피해에 가장 취약하다.
심지어 구내식당이 없는 곳들이 많아 노동자들 대부분은 점심을 먹기 위해 집에 다녀오곤 하는데, 그러다 보면 시간이 촉박해 잠깐의 쉼도 없이 곧바로 작업 현장에 나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노동자들은 점심을 먹고 나면 숨돌릴 틈 없이 현장에 나간다”며 “1시에는 너무 더워서 일을 할 수가 없지만 어쩔 수 없다. 아무리 상황이 열악해도 점심시간, 노동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현장을 뜰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 인민위원회는 이러한 노동 환경이 노동자들의 온열질환과 폭염에 따른 인명피해를 초래하는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보고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각 공장·기업소가 점심시간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번 지시로 점심시간을 오후 12시 30분부터 2시 30분까지로 조정한 기업소가 많이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비록 한국에서처럼 체감 온도가 35도를 넘으면 가급적 옥외 작업을 중지하고 작업 시간대를 조절하는 등의 조치는 없지만,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하루 중 가장 무더운 시간대에 외부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되게 점심시간을 조정한 것만도 다행이라는 등의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점심 먹고 나무 그늘 밑에서 한숨 자고 일을 나갈 수 있어 좋다’며 흥겨워하는 노동자들도 있다”면서 “여기저기에서 열사병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하는 이때 그나마 다행이라는 반응이 나온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공장·기업소가 점심시간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허락된 기간은 지난 5일부터 25일까지 20일간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