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활동한 함흥 마약왕 잡고 보니…간부들 줄줄이 연루

10년 간 마약 거래해 온 주민 체포보다 이 사건에 연루돼 붙잡힌 간부들 처벌 수위에 관심 집중

북한 마약
북한이 마약 범죄 예방을 위해 주민 선전용으로 제작한 영상. /사진=데일리NK

지난달 초 함경남도 함흥시 사포구역에서 빙두(필로폰)를 유통한 30대 최모 씨를 비롯해 여러 간부가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현재 해당 지역 주민들은 사건에 연루된 간부들의 처벌 수위에 주목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19일 데일리NK 함경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최 씨는 전형적인 8.3노동자(소속 기관에 일정 금액을 납부하고 출근을 면제 받는 사람을 지칭)로 오랫동안 빙두 판매에 가담해 왔다.

그러던 중 지난 3월 말 한 지역 주민이 빙두 거래가 의심된다며 시 안전부에 최 씨를 신고했다. 이후 시 안전부가 최 씨를 감시하기 시작했는데, 그 과정에서 최 씨의 거래 대상자 중 일부가 일반 주민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냈다.

최종적으로 시 안전부는 3개월의 잠복 수사를 거쳐 최 씨를 포함해 시당위원회 간부 2명, 구역당위원회 간부 1명, 구역 안전부 안전원 1명 등 총 9명을 마약 관련 범죄로 체포했다. 이들은 현재 예심 중에 있다고 한다.

안전부 조사 과정에 최 씨는 빙두 장사를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장기간 마약 거래를 해온 것이 지금껏 드러나지 않은 건 그의 남다른 장사 수완 때문이었다.

최 씨는 양강도 혜산, 함경북도 청진 쪽에서 원단을 들여다 재봉공들을 고용해 옷을 만들어 팔았는데, 워낙 장사 규모가 크다 보니 빙두 장사로 돈을 많이 벌어도 크게 의심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편, 최 씨가 체포됐다는 소식보다 주민들의 관심을 끄는 건 역시 간부들의 ‘법적 심판’ 여부와 처벌 정도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주민들은 대체로 최 씨만 사형을 선고받고 간부들은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이번 사건은 다른 건과 달리 간부 여럿이 동시에 잡혔으니 흐지부지 처리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함경남도 당위원회는 강연회를 열고 ‘법의 엄중한 심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7월 20일과 8월 3일 두 차례 도급 기관 일꾼 토요학습에서 체포된 간부들의 이름을 호명하며 ‘(이들은) 인간 쓰레기들이 사용하는 빙두를 썼으니 절대 용서할 수 없다’는 사상교양이 진행됐다”고 전했다.

북한에서 빙두는 1990년대 중반 계획경제 붕괴로 흥남제약공장(함경남도), 순천제약공장(평안남도), 상원만년제약공장(황해북도) 등 국가 주도 제조공장에서 일하던 일부 노동자와 일꾼들이 마약을 빼돌리기 시작하면서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평양과 함흥을 중심으로 간부들과 부유층에 서서히 퍼지기 시작한 빙두는 2000년대 중반 제조기술이 알려지면서 일반 주민들에게까지 급속도로 퍼졌다. 이에 당국은 2021년 7월 ‘마약범죄방지법’을 제정하는 등 처벌을 강화하고 있지만, 감시 임무를 부여받은 간부들이 오히려 이를 주도하는 등 문제 해결은 요원한 상태다.

소식통은 “실제 마약 거래를 하는 돈주들은 대체로 간부들을 끼고 장사한다. 국가는 원칙을 부르짖지만 간부들부터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면서 “오죽했으면 일부 사람들 속에서 간부라면 나라에서 하지 말라는 마약, 성매매, 뇌물 착복 등을 해야 능력으로 인정받는다는 말까지 나오겠냐”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