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지방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의 생계난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의 식량 배급으로는 먹고살기가 어렵다보니 환자를 고치는 본연의 임무보다 뇌물을 받고 진단서를 써주거나 부업지 농사에 골몰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5일 데일리NK에 “코로나 시기에도 의사들은 매달 열흘 정도의 식량을 배급소에서 탈 수 있었는데 지금은 의사들이 일주일분 배급을 받기도 힘들어 식량을 자체적으로 충당해야 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실제 경원군 탄광 지역의 한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 김모 씨(가명)는 주민들에게 진단서를 발급해주는 대가로 소량의 식량을 받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 씨는 “진단서를 3일치나 떼줘도 받는 식량이 고작 강냉이(옥수수) 1kg 정도”라며 “식구들이 한 달을 먹고살자면 적어도 45~50kg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도대체 몇 명에게 진단서를 떼줘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본래 진단서는 실제로 몸이 아픈 환자들이 증빙용으로 제출하기 위해 받는 것이지만, 북한에서는 불법적인 장사를 하거나 동원을 피하거나 탈 없이 쉬려는 주민들이 의사에게 돈이나 식량을 주고 거짓으로 꾸며낸 진단서를 발급받는 일이 흔하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해당 병원에 근무하는 또 다른 의사 이모 씨(가명)도 “환자들에게 뇌물을 받지 않으면 굶어 죽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생계를 유지하기가 힘든 상황”이라며 “코로나 전이나 코로나 시기 때보다 지금이 더 어렵다”고 했다.
코로나 이전에는 국제기구에서 지원한 의약품이 몇 달에 한두 번은 들어와 의사들이 이를 몰래 빼돌려 파는 것으로 돈벌이하거나 식량으로 바꿔먹기도 했고, 식량도 매달 보름분 정도는 배급받았다는 게 이 씨의 말이다.
심지어 코로나 때도 빼돌려 팔 수 있는 의약품이 그나마 있어서 지금보다는 의사들의 사정이 나았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의약품도 없고 식량 배급량도 확 줄어 의사들이 먹고살려면 환자를 치료하기보다는 진단서를 떼주고 돈 또는 식량을 받거나 병원 부업지에서 열심히 농사지어야 하는 처지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 병원의 또 다른 의사 최모 씨(가명)는 “지금은 내가 의사인지 병원 잡부인지, 농사꾼인지 알 수가 없다”며 열악한 상황을 토로했다.
최 씨는 “코로나 이후로 의사들이 병원 부업지에서 농사짓는 일이 완전히 주 업무가 됐고, 환자 치료보다는 가을에 수확하게 될 부업지 농사가 더 관심사”라며 “지금은 농사일만 하다 보니 정말로 내 직업이 무엇인지 나도 잘 모를 정도라 가끔 좌절감이 들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요즘 들어 위(군 당위원회)에서 이전에는 몇 달에 한 번 정도나 내려오던 위생 선전 강연 제강이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내려오는데 약도 주지 않으면서 물을 끓여 마시라느니하는 말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며 “의사들 속에서는 하지도 않은 위생선전을 문건상(서류상)으로 한 것처럼 꾸미는 일 또한 농사일 다음가는 주요 업무로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