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폭염 궂은 날씨에 군사 훈련 내몰리는 北 청소년들

힘 있는 학교는 뇌물 써서 일정 조정…"힘없는 학교 학생들만 제일 덥고 비 많이 올 때 훈련 받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3년 9월 9일 “공화국 창건 75돌(9·9절) 경축 민방위 무력 열병식이 8일 수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성대히 거행됐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열병식에 참가한 붉은청년근위대 종대가 행진하고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장마 전선의 영향으로 한반도 전역에서 폭우와 폭염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청소년들은 궂은 날씨에도 야외 군사 훈련에 내몰리고 있다. 특히 소외 지역 학교 학생들이 폭우와 폭염에 상대적으로 더 많이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도내 고급중학교(고등학교) 2학년(만 16세) 학생들이 지난달 30일부터 붉은청년근위대 훈련을 받기 위해 훈련소에 입소하고 있다.

붉은청년근위대 훈련은 만 14~16세의 북한 남녀 고급중학교 학생들이 참여하는 군사 훈련으로, 학생들은 160시간의 교내 훈련과 7일간의 실전훈련에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이 가운데 실전훈련은 6월 말에서 9월 초까지 진행되는데, 이때 학생들은 대열·전술·사격 등의 준군사훈련을 받게 된다.

실전훈련이 여름철 3개월 동안 진행되다 보니 모심단위나 급 높은 기업소가 있는 지역의 권위 있는 학교들은 학생들이 되도록 장마철이나 폭염기를 피해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학교별 훈련 일정을 조율하는 교육부에 뇌물을 바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이 야외에서 훈련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교들은 비가 적게 오고 더위가 한풀 꺾이는 8월 말이나 9월 초 훈련을 선호한다는 전언이다.

이에 상대적으로 농촌 등 소외 지역 학교 학생들이 비가 많이 오고 더운 장마철에 훈련을 받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평안북도 피현군의 한 주민은 “얼마 전 자식이 붉은청년근위대 훈련을 받았는데 입소한 뒤 계속 비가 내려 비를 그대로 맞으면서 훈련을 받았다. 젖은 옷을 말리지 못해 퇴소할 때까지 축축한 옷을 입고 있었다니 억장이 무너진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 주민은 “비가 와도 비 맞으면서 훈련시키는 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니 이해하지만, 힘없는 학교 학생들만 제일 덥고 가장 비가 많이 올 때 훈련을 받으니 부모로서 자식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더욱이 한 학교 안에서도 돈이 있는 학생들은 뇌물을 써서 훈련 성적과 직결되는 사격훈련만 받거나 비교적 편한 전령병(통신병)이나 직일병(근무병)을 맡아 이에 대한 불만도 제기된다.

소식통은 “같은 학교 학생인데도 부모들이 돈을 좀 준비해서 찔러주면 그런 아이들은 사격훈련만 받는다”며 “돈 때문에 차별 대우를 받는다는 것을 학생들이 고스란히 경험하게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실전훈련 기간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급식이 너무 부실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학생들은 자신이 먹을 음식을 개별적으로 준비해 훈련소에 입소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아이들이 붉은청년근위대 훈련을 받으면서 자체로 식량까지 보장해야 한다”며 “7일 식량으로 강냉이(옥수수) 5kg을 내고, 그에 더해 된장, 젓갈, 감자조림 같은 일주일 동안 먹을 수 있는 부식물까지도 자체 부담한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런데 훈련 교관들은 학생들의 기강을 잡는다며 진흙탕 바닥을 기게 하거나 체벌을 하기도 해 갈수록 실전훈련을 기피하는 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아이들이 견디기엔 훈련 환경이 열악하고 훈련 강도도 너무 세다”며 “어차피 군대에 가면 군사 훈련을 받게 될 텐데 학생들이 받는 이런 훈련은 사라졌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