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외무성에 ‘대미 외교 전략 강화’ 지시…美 대선 노린다

당 정치국 지시문 하달…대미 외교 채널 활성화와 대선 관련 정세 및 여론 파악·분석 주문

최선희 리용호
지난 2019년 3월 1일 2차 북미정상회담 북측 대표단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 최선희 당시 외무성 부상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북측 대표단은 이 자리에서 전날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렬된 데 대한 입장 등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미 외교 전략 강화를 외무성의 하반기 중점 과제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노동당 정치국은 이달 중순 대미 외교 전략 강화를 핵심으로 한 하반기 과제를 지시문 형식으로 외무성에 하달했다.

구체적으로 당 정치국은 이번 지시문에서 대미 외교 채널 활성화와 미국 내 유력 인사들의 동향 파악, 대선 후보들의 외교 정책 및 북한 관련 발언 종합 수집 분석을 주문했다.

소식통은 “당 정치국은 7월 말부터 10월까지 미국의 정치 지형 변화와 후보들의 당선 가능성을 평가해 최적의 정책과 시기를 모색함으로써 대미 협상력을 높이는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하반기 외무성의 필수적인 목표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특히 당 정치국은 미국 대선 정세와 민심을 면밀히 파악하기 위해 외무성이 뉴욕에 주재하고 있는 대표부와도 긴밀히 협력할 것을 당부했다. 뉴욕 현지 북한 대표부가 주요 정치 인사 및 단체와 접촉해 얻은 정보로 대선 판세를 정확히 분석·예측할 것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 대선을 계기로 한 정세 변화에 대비하려는 차원으로 분석된다. 대선 결과에 따른 북미 협상 재개 가능성을 타진하면서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마련해 최적의 전략으로 미국을 상대하기 위한 준비 움직임인 셈이다.

무엇보다 북한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을 상정한 북미 정상회담 및 실무자급 회담도 벌써부터 준비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트럼프는 우리(북한)쪽 측면에서 그나마 유리하게 생각하는 대통령 후보”라며 “당에서 이를 염두에 두고 다양한 시각에서 판을 짜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라고 외무성 일꾼들은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외무성 대미협상국 일꾼들은 이번 지시에 따라 다양한 대미 협상책을 준비하고 있으며,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우리 공화국이 국제사회, 세계 무대에서 더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외교 전략을 모색하는데 골몰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당 정치국은 이번 지시문을 통해 전 세계 각국에 있는 외교공관들에도 미국 대선에 관한 해당 국가, 정부 내 여론을 파악하고 언론 모니터링도 전담하는 팀을 즉각 구성해 외무성에 시시각각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는 전언이다.

아울러 각 외교공관이 현지 정치 전문가나 싱크탱크와 네트워크를 강화해 보다 내밀한 정보를 획득하는 것은 물론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북한의 외교 전략을 조정하는 역할도 책임지고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