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시 류경건설관리국연대의 여성 돌격대원들이 한국 드라마를 보고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가 신고돼 평양시 안전부에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으로 시 안전부는 비공개 대사상투쟁회의도 진행했다는 전언이다.
평양시 소식통은 16일 데일리NK에 “이달 초 시 안전부의 주도하에 ‘류경건설관리국연대에서 발생한 사상 문제’라는 제목으로 대사상투쟁회의가 진행됐다”며 “이번 회의는 20대 여성 류경건설관리국연대 돌격대원 2명에 대한 폭로와 처벌을 기본 목적으로 해 열렸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회의에서는 여성 돌격대원 2명의 비사회주의 행위가 우선 폭로됐는데, 이들은 한국 드라마 ‘눈물의 여왕’을 보고 작업 현장에서 이에 대해 쑥덕쑥덕 이야기하다 들켜 체포됐다.
같은 중학교를 졸업하고 돌격대에 동원돼 늘 붙어 다니며 친하게 지낸 이 여성들은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몰래 같이 보고 현장에서 쑥덕거리면서 즐거워하다가 다른 여성 돌격대원에게 들키면서 해당 기관 청년동맹에 신고됐다.
청년동맹 조직은 이번 일을 큰 문제로 사건화했고, 결국 이들은 지난달 중순 시 안전부 체포됐다.
시 안전부는 이후 약 보름간 분리해 조사를 벌였는데, 이렇게 그간의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이달 초 사상투쟁회의를 진행한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이번 회의에서 사상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된 두 여성 돌격대원은 즉시 족쇄가 채워져 안전부 예심과로 넘겨졌다”며 “시 안전부는 청년들의 사상 이완 현상을 엄중히 다루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하게 강조하는 등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한편, 시 안전부는 이번 회의에서 류경건설관리국연대 청년동맹 비서에 대한 비판서도 공개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이번에 청년동맹 비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며 “그는 사법기관의 방침 지시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이들이 본 영상물의 제목을 돌격대에서 공개적으로 언급해 문제를 키운 것으로 비판을 받았다”고 했다.
불법 영상물을 본 행위에 대해 비판만 하면 될 것을 괜스레 드라마 제목 등 불필요한 내용까지 언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 안전부가 이를 별도로 문제 삼았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시 안전부는 2명의 여성 돌격대원을 비판한다면서 영상물의 제목과 내용을 돌격대원들에게 고스란히 노출해 다른 돌격대원들의 호기심을 유발한 청년동맹 비서를 한심한 작자라고 크게 꾸짖었다”고 말했다.
한편, 본보는 지난달 소식통을 인용해 새롭게 나타난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행위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등급을 정하는 등 이전과는 다른 방법으로 취급하라는 1호 비준 지시문이 전국 도 안전국, 보위국에 내려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 사건 내용 발설로 주민들 속에 사상적 동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조치라는 게 당시 소식통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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