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도면 취급 관련 세칙 개정…원인은 국가설계총국 비리?

심사 탈락한 설계도면 마음대로 넘겨 주고 뇌물 챙겨…앞으로는 당 지도에 따라 처리해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공개한 평양시 서포지구 건설 조감도.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살림집 건축설계도면을 제멋대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건축설계도면 취급에 관한 행정법 집행 세칙’을 개정해 관련 단위들에 내려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12일 데일리NK에 “중앙당은 지난 8일 성, 중앙 및 지방 설계 단위들에 건축설계도면 취급에 관한 행정법 집행 세칙의 수정 보충된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혀 내려보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행정법 집행 세칙 개정은 지난해 말 진행된 건설 부문 사업 총화에서 국가설계총국이 살림집 설계도면 최종 심사에서 탈락한 류경건설설계연구소와 평양건축대학의 건축설계도면을 함경남도 설계연구소들에 냉동수산물을 받고 은밀히 뒷거래해준 것이 탄로난 게 계기가 됐다.

이런 행위들을 관리 감독해야 할 국가설계총국의 일부 행정 일꾼들이 심사에서 탈락한 도면의 값을 매겨 물물 거래하는 비리 행위를 저질렀던 것.

소식통은 “건설부문 일꾼들 사이에서는 국가설계총국이 이때껏 심사에서 합격할 도면도 불합격시키고는 평안남도 것을 함경남도에 주고 물고기를 받아먹고, 평안북도 것을 함경북도에 주고 송이버섯을 받아 먹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며 “나라가 보장해주는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건축설계도면으로 자력갱생해 산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살림집 건축설계도면 부정 거래 행위가 나타나게 된 배경에 대해 “살림집 건설에서 반복적 설계를 근절하고 독립적이고 다채로운 살림집을 건설할 데 대한 당의 지시에 따른 과도한 경쟁이 낳은 부작용”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한편 중앙당은 국가설계총국의 비리 행위에 ‘건축설계는 건설의 선행공정이며 작전도인데 국가설계총국 행정부서 일꾼들이 당의 구상과 인민의 지향에 맞게 설계를 어떻게 하면 최상의 수준에서 보장할 것인가에 머리를 쓸 대신 건축설계도면으로 농간질을 한 것은 비당적 행위’라고 지적했다는 전언이다.

이에 국가설계총국 행정부서가 살림집 건축설게도면을 임의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앞으로는 국가설계총국 당위원회의 직접적 지도 아래 집행위원회 결정으로 최종 판단해 처리하도록 하는 방안을 세칙에 추가했다.

소식통은 “당에서는 국가설계총국 당위원회가 건설 부문의 혁신으로 사회주의 건설의 전반적 발전을 견인하려는 당중앙의 의도를 정책적 뼈대로 세우고 건축설계 관리 감독의 당적 규율을 철저히 세울 것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앙당은 국가설계총국 행정부서 일꾼들이 심사에서 탈락한 건축설계도면을 다른 설계 단위들에 마음대로 주지 못하도록 하고, 주려면 국가설계총국 집행위원회 허가와 공식적인 공인, 명판이 찍힌 인가를 받도록 규정했다.

그러면서 향후 심사에서 탈락한 건축설계도면을 국가설계총국이 마음대로 폐기하거나 폐기한 것처럼 하고 일부 설계 단위들에 뇌물을 받고 거래하는 행위들이 발생하면 연관 책임자에게는 노동단련형 1년을, 연관 단위에는 벌금 500만 원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중앙당은 국가설계총국에 건축설계도면을 올려보내는 모든 설계 단위들은 도면 사본과 설명서를 별도로 보관해두었다가 분기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지역 검찰소들에 보고하도록 하라면서 이를 전국의 모든 설계 단위들이 지켜야 할 공통 규범으로 강조했다.

소식통은 “건축설계도면 취급 관련 행정법은 말 그대로 행정부서들이 지켜야 할 사항을 명시한 것인데 당위원회 집체적 지도를 쪼아 박거나 검찰소 정기 보고를 넣은 것은 처음 보는 일”이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중앙당은 이번 건축설계도면 취급 관련 행정법 세칙 개정 내용을 내려보내면서 국가설계총국 부서장 및 책임일꾼의 사상 무장을 위한 당 강습을 열흘간 진행할 것을 별도로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