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악한 서울 정찰위성 사진 평가, 김정은·김여정이 서로 달랐다?

김정은, ‘역사적 첫 걸음’ 책임 간부들 치하...北간부들, 김여정 반박 담화에 ‘망신’ 비판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9일 “국가우주개발국에서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중요시험을 진행했다”면서 “정찰위성 발사의 최종관문 공정을 거쳤다”라고 밝혔다. 북한은 내년 4월까지 ‘군사 정찰위성 1호기 준비’를 끝낼 것임을 밝혔다. 이날 북한은 위성에 장착할 촬영기로 찍은 서울과 인천 일대의 사진도 공개했다./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당국이 서울 도심을 촬영(18일)한 정찰위성 사진을 공개(19일)한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직접 지시에 따른 것으로 전해진다. 정찰 능력 과시 및 대내 결속력 제고를 노리면서도 군사 강국을 직접 지도하는 최고지도자라는 이미지까지 챙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26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북한 매체가 정찰위성 개발 시험(실험)을 진행했다고 밝힌 18일 당일 국가우주개발국 책임 일군(일꾼)들과 만나 성과를 직접 치하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이번 정찰위성 시험은 적들의 아성을 허물 수 있는 큰 전진”이라고 강조하면서 “우리가 얼마나 무섭게 발전하고 있는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들의 정찰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김 위원장이 직접 서울을 촬영한 위성사진 공개를 지시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김일성 시대의 트랙터 개발과 관련된 일화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1950년대 소련은 사회주의 국가들을 대상으로 군사적으로 바르샤바조약기구와 경제적으로 경제상호원조회의 ‘쎄브(러시아어 약칭)’를 조직해 연합체를 형성했다.

이때 소련은 북한에 농업국가로 발전전략을 수정하고 쎄브에 가입할 것을 요구했지만 김일성은 이를 거부하며 자력으로 중공업 및 농업 발전을 꾀하려 했다.

당시 북한이 자체 기술로 트랙터를 개발했는데 첫 시연장에서 트랙터가 전진이 아닌 후진을 해 간부들 사이에서 실망 분위기가 만연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일성은 “뜨락또르(트랙터)가 뒤로 간다는 것은 앞으로도 갈 수 있다는 뜻”이라며 “첫 걸음을 뗀 것이니 실망하지 말고 개발을 지속하라”고 격려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이 일화를 직접 언급하면서 “정찰 위성도 첫 걸음을 뗀 것이나 다름 없지만 이번 시험의 성공은 역사적 사변에 해당하는 성과”라며 기술 개발자들과 관련 간부들의 노고를 치하했다는 전언이다.

다음 날인 19일에는 김 위원장과 국가우주개발국 책임일꾼들의 담화 내용이 강연 자료로 작성돼 당 간부들에게 배포된 것으로 전해진다.

국토교통부는 22일 ‘국토위성 1호’로 촬영한 북한 지역 고해상도 위성영상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23일부터 한 달간 서울 중구 국토발전전시관에서 국토위성 1호가 촬영한 영상 사진전을 연다고 밝혔다. /사진=국토교통부

이런 가운데, 북측의 위성 사진을 남측 전문가들이 ‘조악한 수준’이라고 저평가한 것에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이를 반박하는 담화를 발표하자 북한 고위 간부들 사이에서는 ‘망신’이라며 김 부부장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고 한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북측이 공개한 사진의 해상도가 낮다는 지적에 대해 “누가 830초에 지나지 않는 1회성 시험에 값비싼 고분해능 촬영기를 설치하고 시험을 하겠는가”라고 주장했다.

고해상도의 장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용 절감을 위해 저성능의 장비를 사용했다는 식의 반론을 내놓은 셈이다.

이에 대해 간부들 사이에서는 “돈 없어서 이렇게밖에 못 찍었다는 말을 어떻게 이처럼 공개적으로 할 수 있는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큰일 날 말”이라는 식의 비판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북한의 서울 위성사진 촬영본 공개에 대한 맞대응으로 우리 정부가 22일 ‘국토 위성 1호’로 평양 김일성 광장 일대를 촬영한 고화질의 컬러 사진을 공개하면서 남북한의 위성 기술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