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0월 10일 당 창건일을 앞두고 평양시 주민들에게 20일분의 식량을 공급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 사태 이후 평양시 배급에도 차질이 빚어진 가운데 북한이 국가 기념일을 계기로 선심성 식량 공급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26일 데일리NK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17일 평양시 당위원회와 인민위원회에 당 창건일을 맞아 평양시 주민들에게 20일분의 식량을 공급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이에 따라 평양시 당위원회는 18일 구역과 군의 기관장들을 불러 긴급회의를 열고 주민들에게 공급할 식량 확보 문제에 대한 토의를 진행했다.
이 회의에서 시당 책임비서는 구역, 군 인민위원회와 공장 기업소들의 주요 일꾼들에게 ‘책상에만 앉아 있지 말고 배정된 협동농장들에 직접 나가 이신작칙(以身作則, 솔선수범)의 모범으로 식량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라’고 강조했다는 전언이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시 인민위원회에서 지난 5월과 6월 주민들에게 5일분씩 4회 정도 식량을 공급했다”면서 “그러나 이번에는 20일분의 식량을 한 번에 공급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남포항으로 들여온 식량을 평양시의 당, 보위·안전기관 등 주요 단위에 먼저 공급하고 난 뒤 나머지를 일반에 공급해 주민들은 식량이 형편없이 부족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북한은 황해도와 평안도 지역의 일부 농장들을 평양시 주민 공급용 식량 기지로 지정했으나 올해 태풍과 폭우 등에 따른 농작물 피해가 심각해 올가을 평양 주민들에게 식량 공급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평양시가 당 창건일을 앞두고 수도 시민들의 민심을 다독이기 위한 식량 확보에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실제 지난 17일 열린 긴급회의 이후 평양시내 구역·군 인민위원회 책임일꾼들이 식량 확보를 위해 각 지방으로 급파됐다고 한다.
올해 작황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파견 일꾼들은 현지에서 숙식하며 벼와 옥수수 등 곡물 탈곡이 진행되는 대로 접수해 평양으로 수송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가을철 한두 달을 빼면 사실상 평양시 주민들에게도 정상적인 배급을 공급하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라며 “사실상 곡물을 가장 많이 확보할 수 있는 가을과 맞물려 있는 당 창건일을 계기로 평양시 주민들에게 식량 공급해 민심 동요를 차단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지방 주민들은 한해 농사를 지어 놓으면 군대나 평양에서 다 가져가고 실제 농사지은 사람들은 분배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고 반발하고 있다”며 지방의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