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 녹차 끓여 먹여라” 지시…교원·학부모들은 ‘불만’

20일부터 이틀에 한 번씩 무조건 공급…교원·학부모들 녹차 마련 부담 고스란히 떠안아

평안북도 신의주시 신비초급중학교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북한 함경남도 교육부가 ‘학생들에게 녹차를 끓여 먹이라’는 방침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데일리NK 함경남도 소식통은 “지난 10일 함흥시 교육부 주도로 시안의 소학교(초등학교), 초·고급중학교(중·고등학교) 교장 회의가 진행됐다”며 “이 회의에서는 도 교육부의 방침에 따라 20일부터 학교 학생들에게 녹차를 끓여 먹이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시 교육부장은 이날 회의에서 세계 각지에서 새로운 변이바이러스로 인한 인명피해가 증가하고 있는 실정에 면역력 향상과 감기 예방에 좋은 녹차를 학생들에게 먹여야 한다는 것이 당의 사상이고 의도라며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녹차를 공급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20일부터 이틀에 한 번씩 무조건 공급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특히 회의를 주도한 한 간부는 “우리 학생들에게 녹차를 공급해 아이들이 건강해지는 모습을 보면 우리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께서 얼마나 기뻐하시겠냐”며 “우리 학생들에게 녹차를 정상적으로 공급해 모두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는 보고를 하루빨리 드려 온 나라 인민의 생활 향상을 위해 낮과 밤이 따로 없으신 우리 원수님께 기쁨을 드리자”고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지난 12일 함흥시 성천강구역의 한 초급중학교에서는 긴급회의를 열어 교육부의 지시 내용을 전달하고 담임 교원들이 책임지고 학급 학생들에게 끓여 먹일 녹차를 마련하도록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부 교직원들은 “학생들의 건강과 기억력에도 좋은 녹차를 끓여 먹이면 좋은지 누가 모르냐”며 “녹차를 정상적으로 공급하는 일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닌데 그 비용은 어떻게 해결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전언이다.

또 일각에서는 “학생들에게 녹차를 공급하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데 배급과 생활비도 지급되지 않는 실정에서 녹차를 마련해 아이들에게 공급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 “결국에는 학생들에게 세외부담을 시킬 수밖에 없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학부모들이 떠안게 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생활 형편이 어려운 교원이나 학부모들에게는 지금 녹차가 중요한 게 아니다”면서 “위에서는 빛깔 좋은 황당한 방침만 내놓고 있어 교원들과 학부모들은 어처구니없다고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인삼과 버드나무잎, 꿀, 소나무 잎을 달여 마시라는 등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각종 민간요법을 바이러스 감염 예방 방법으로 계속 권장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