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남도에 결핵성 임파선염 환자까지 급증…농업에 비상 걸렸다

상·하수도 체계가 열악해 수인성 전염병에 취약…농장 동원 인력 턱없이 부족해 농사 차질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8일 당 중앙위원회 일꾼들과 가족들이 마련한 의약품과 지원물자들이 전날(17일) 황해남도 전염병 발생지역으로 수송됐다고 1면에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급성 장내성(腸內性) 전염병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황해남도에 최근 결핵성 임파선염 환자가 급증해 협동농장 인력 동원에 비상이 걸렸다. 한 집 걸러 한 가정은 병을 앓고 있을 만큼 각종 전염병이 황해남도를 휩쓸고 있다는 전언이다.

24일 황해남도 소식통은 데일리NK에 “최근 림파 결핵이 갑자기 늘어나 국가에서 격리 조치에 들어갔다”며 “림파가 지나가는 부분 특히 목이나 겨드랑 부분이 터져서 고름과 피가 나오는 증상자가 많다”고 전했다.

결핵성 임파선염은 결핵균이 림프계를 파고들면서 염증을 유발하는 질환으로, 미열과 식욕부진, 피로감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염증으로 림프선이 심하게 부풀어 오르는 경우에는 고름이나 피가 피부 밖으로 터져 나오기도 한다.

현재 황해남도의 경우 파라티푸스, 장티푸스, 학질 같은 장내성 질환과 코로나 관련 증상자에 더해 결핵성 임파선염 환자까지 급증하고 있어 방역 당국이 황해남도에 대한 집중 감시와 관리에 들어갔다고 한다.

실제 국가비상방역사령부에서 파견된 인원들이 각지에서 발병한 전염병 환자의 수와 증상들을 조사하고 있지만 특별한 처방이나 치료약은 부족한 상태로 알려졌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리설주 여사는 황해남도에 급성 장내성 전염병이 확산하자 가정 내 ‘1호 의약품’을 기부했고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현송월 당 부부장 등도 나서서 의약품을 황해남도에 전달했지만 이렇게 당국이 마련한 의약품을 공급받은 가정은 소수에 불과하다는 게 소식통의 주장이다.

김 위원장을 비롯한 고위 간부들이 마련한 의약품은 모두 북한에서 만들어진 국내산 의약품으로 식염수, 해열제, 페니실린, 마이신, 고려약 등이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당국은 황해남도에 우선적으로 의약품을 보급했다고 선전했지만 정작 주민들은 의약품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순천제약공장 등에서 제조된 국내산 페니실린이나 마이신은 약국에서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장내성 전염병에 효과가 좋다고 알려진 ‘레보미찐’과 같은 중국산 주사제는 북한 돈으로 10만원을 줘야 구할 수 있을 만큼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의약품이 부족하자 사람들이 아편과 같은 마약을 복용하기도 하는데 파라티푸스 같은 장내성 전염병의 증상을 경감시키는 데는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북한에서는 대개 장마철이 시작되는 6~7월 전염병이 유행하곤 하는데 황해남도의 경우 상·하수도 체계가 열악하고 농·공업 용수를 음용수로 마시는 가정이 많아 특히 수인성 전염병에 취약한 것으로 파악된다.

소식통은 “물이 잘 안 나와서 공용 수돗가에서 물 길어 먹는 집이 많고 수돗물에서도 지렁이가 나오기도 한다”며 “바께스(양동이)에 물을 받으면 하얀가루나 흙이 밑에 가라앉는데 이 물을 끓여 먹으니 전염병에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협동농장에 농촌 동원을 나가도 비위생적인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해야 하고 노상에 용변을 보는 사람도 많아 전염병이 쉽게 발병할 수 있는 환경으로 전해진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발열이나 관련 증상자를 세밀하게 집계하지 않아 전염병이 창궐해도 문제 상황으로 인식되지 않았지만,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방역 기관에서 증상자를 매일 파악하고 있어 심각하게 다뤄지는 것이라고 소식통은 지적했다.

문제는 북한 최대 곡창지대인 황해남도에 전염병이 확산하면서 농장에 동원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라는 점이다. 황해남도 농사에 차질이 빚어지면 이는 북한의 곡물 수확량 감소로 직결될 수 있다.

소식통은 “노력(인력)이 너무 없어서 농장마다 비상”이라며 “그나마 군대가 밥차를 끌고 나와서 농장 일을 돕고 있는데 농장원이 부족하다 보니 일이 빠르게 진척되진 않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