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상 부족하다며 응급환자 돌려보낸 병원 간부, 사상투쟁 무대에

환자 가족들의 신고로 병원 문제시돼…당의 의학 방침을 잘못 이해했다며 자체 비판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0년 8월 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과 확산을 막기 위한 보건 사업을 강조했다. 신문은 “평양의학대학병원, 김만유병원을 비롯한 여러 보건기관에서 방역사업을 최대로 강화하는 한편 위생선전에 큰 힘을 넣고 있다”라며 의료 사업에 나선 김만유병원 의료진들의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전염병 의심 환자들로 침상이 부족하다며 응급 치료를 받아야 할 일반 환자를 돌려보낸 북한 함흥의학대학병원에서 사상투쟁회의가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남도 소식통은 10일 데일리NK에 “지난달 말 함흥의학대학병원에서 코로나로 입원환자가 많다면서 일반환자에게 침상을 제공하지 않고 돌려보낸 일이 문제가 돼 도 비상방역지휘부가 대(大)사상투쟁회의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이번 사상투쟁회의에서는 함흥의학대학병원 기술부원장이 연단에 세워져 공개 비판을 받았다는 전언이다.

이 기술부원장은 코로나19 의심 환자들로 침상이 부족해 병원에 오는 환자들을 다 받을 수 없다면서 일단 발열 환자들에게만 침상을 내주고 일반 환자들에게는 당분간 병원에 오지 말라고 당부하고 돌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응급으로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까지 돌려보내 문제가 생겼는데, 실제로 맹장염에 걸린 한 환자가 치료도 받지 못한 채 병원 문전에서 박대당해 이 환자의 가족들이 도당위원회에 신고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병원에는 침상이 여러 개 더 남아있었는데 이는 도당 간부들과 그 가족들이 갑자기 입원하게 될 경우를 위해 남겨둔 예비침상이었고, 이를 구급 환자에게 배려할 수도 있었으나 병원에서는 그냥 돌려보냈다”며 “이 일이 도당에 알려지면서 병원이 환자들에 대해 신중치 못했다는 날 선 비판이 이어지고 결국 사건화됐다”고 말했다.

이번 사상투쟁회의에서 기술부원장은 당의 의학 방침을 잘못 이해하고 현장에서 제멋대로 의료행정지시를 내린 것이 얼마나 큰 후과를 초래했는지에 대해 자체 비판했고, 도 비상방역지휘부는 최근 환자가 늘어나고 병원 문턱이 높아지면서 사회주의 의료체계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강하게 지적했다고 한다.

특히 도 비상방역지휘부는 병원의 숱한 의사들이 정상 출퇴근하며 편하게 일하고 있는데 일반병 환자들도 구급으로 치료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꼬집으면서 병원 기술행정부서의 역할이 부족했다고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기술부원장의 직위박탈 문제도 제기됐으나, 도당은 그간의 그의 공적을 인정해 한 번은 용서해준다는 경고로 사상투쟁회의를 마무리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밖에 소식통은 “도 비상방역지휘부는 도안의 다른 병원들에서도 이 같은 자의적 판단으로 병원을 운영하는지 확인하도록 하고 24시간 의료체계 가동을 재차 강조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