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서 고가 아파트 시세보다 훨 싸게 파는 주민 늘어나…왜?

팔려는 사람은 많고 사려는 사람은 없어 주택가격 급락세…소식통 "오죽 힘들었으면..."

압록강 너머로 보이는 북한 양강도 혜산시.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접경지역에서 심각한 생활난에 주택을 내놓는 주민들이 증가하면서 아파트 가격이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소식통이 전해왔다.

양강도 소식통은 11일 데일리NK에 “최근 혜산시에서 아빠트(아파트)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며 “생활난 극복을 위해 고가의 아빠트를 팔고 가격이 저렴한 주택으로 이동하는 주민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혜산시의 아파트 1채 가격(25평 기준)은 평균 10~15만 위안(한화 약 1900~2900만원)에 형성돼 있다. 하지만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실거래 가격은 훨씬 낮다는 전언이다.

실제 최근 혜산시에 사는 50대 김모 씨는 20년을 넘게 살아온 시가 12만 위안 가격의 아파트를 그의 절반인 6만 위안에 거래했다. 김 씨는 생계유지를 위해 별수 없이 고가의 아파트를 팔고 2만 위안에 단칸짜리 하모니카주택(북한 특유의 다세대 주택)으로 이주한 것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그뿐만 아니다. 또 다른 혜산시 주민 60대 최모 씨 역시 시가 13만 위안의 고가 아파트를 8만 위안에 팔고 농촌으로 내려갔다고 한다. 최 씨가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아파트를 판 것은 마찬가지로 생활난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는 그만큼 북한의 주민들이 식량문제 등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시세가 높은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북한 내 중산층에 속한 주민들마저 생활난에 빠져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소식통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혜산시가 돈 많고 잘사는 도시로 알려져 있었고 실제로도 잘 살았다”면서 “그러나 코로나 비루스(바이러스) 사태 이후 국경이 전면 봉쇄되고 장마당 이용시간도 제한되면서 국경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특히나 너무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곧 아빠트가 들어설 철거지역 주민들의 경우에도 몇 개월만 참으면 목돈을 만질 수도 있을 텐데 지금 저렴한 가격에 내놓고 있다. 오죽 힘들었으면 그러겠느냐”며 “더욱이 식량이 떨어지는 봄철에 들어서면서 벌이도 되지 않아 집을 팔아 돈이라도 남겨 생계를 유지하려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