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악 봄가뭄에 밀·보리 상당수 고사… “비 학수고대”

북한 가뭄 피해
양강도 삼수군에서 촬영한 옥수수밭 풍경(2019).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밀·보리 농사의 확대를 지속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극심한 겨울 가뭄으로 인해 작년에 파종한 밀·보리 상당수가 고사(枯死)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리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겨울 가뭄을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비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24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지금쯤 보리가 15㎝ 정도 자라 논이 온통 초록색으로 뒤덮여야 하는데 올해는 그렇지 못하다”면서 “계속된 겨울 가물(가뭄)로 인해 농작물 생육에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7일 기상청에 따르면 2021년 겨울(작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전국 강수량은 13.3㎜에 그쳤다. 이는 평년(1991~2020년) 강수량 89.0㎜의 14.7%로, 기상관측망이 전국에 확충된 1973년 이후 최저치였다.

북한도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키가 절반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은 물론 듬성듬성 누렇게 변하기까지 했다”며 “특히, 작년 원수님(김 위원장)의 옥수수 대신 밀·보리로 전환한 데 대한 방침에 따라 급하게 파종한 지역의 보리밭이 누렇게 타버렸다”고 말했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9월 말 진행된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전국적으로 논벼와 밭벼 재배 면적을 늘리며 밀, 보리 파종 면적을 2배 이상으로 보장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북한은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지시 이후 지역별로 각 협동농장이 최근까지 밀·보리 경작을 위한 재배지 마련하고 파종에 나섰다. 대부분의 농장이 의무적으로 밀·보리 재배 경작지를 확대했지만, 가뭄으로 인해 직격탄을 맞아 큰 피해를 봤다는 이야기다.

보통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 각종 수리(水利)시설을 통해 농작물의 생육에 필요한 수분을 적절하게 공급한다. 그러나 북한은 시설이 미비해 농지에 제대로 용수를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소식통은 “논바닥은 발이 빠질 정도로 습기를 머금고 있어야 하지만 마르다 못해 쩍쩍 갈라져 있는 상태이다”면서 “땅에 수분도 부족해 비료도 주지 못하는 상황이다”고 했다.

소식통은 이어 “가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이른 시일 내에 양수기를 최대한 동원해 밭에 물을 대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 피해 지역에 양수기와 관수용 호스 등 자재를 조기에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적기에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서 “비가 오기를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3월 중에 비가 오더라도 수확량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만일 4월까지도 비가 오지 않으면 올해 보리농사는 아예 포기하고 갈아엎어야 할 판이다”고 덧붙였다.

비가 충분히 오지 않아 해갈되지 않을 경우 북한의 밀, 보리 수확량은 많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이어지는 벼농사 등에도 타격을 줘 북한의 올해 식량 수급에 큰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북한은 각종 매체를 통해 선진 영농기술, 과학 농사를 강조하며 자연재해를 극복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9일 “최근 몇 년 간 우리나라에서 해마다 가뭄과 고온, 태풍과 큰물, 냉해와 우박 등 재해성 이상기후 현상으로 하여 농업생산에서 적지 않은 지장을 받고 있다”며 “하늘의 변덕, 광란하는 자연의 대재앙을 극복할 수 있는 방도는 다름 아닌 과학 농사”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의 선전과 구호와는 달리 수리시설 미흡, 영농물자 부족, 농기계 노후화 부족 등으로 인해 충분한 성과가 잘 나오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