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 인터뷰] “北 내부선 ‘한미 정상회담 영양가 없다’ 평가” 

고위 소식통 "주권침해 요소 다분, 인권 거론도 외교적 결례...南과 마주 앉을 이유 없어"

문재인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국빈 만찬장에서 열린 확대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

이번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북한 내부의 평가는 냉소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당국이 대화에 나올 수 있을 만한 확실한 조건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는 게 주된 이유라고 한다.

북한 당국은 적어도 미국이 먼저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에 해당하는 선(先)행동을 보여야 대화에 나갈 수 있다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3일(현지시각) 미국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북한이 실제로 관여하기를 원하는지 기다리며 지켜보고 있다”며 “공은 북한 코트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공은 여전히 미국에 있으며 미국이 제시한 대북정책이나 한미정상회담의 내용은 공허한 언사에 불과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즉, 이번 회담에서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같은 약속은 할 수 없을지라도 적어도 한미 양측이 북한인권 문제를 거론하며 북한의 주권을 무시하는 언행은 하지 않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우리 정부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에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평가하지만 북한 당국은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신뢰하며 대화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이번 계기를 통해 다시 한번 입증됐다”며 거칠게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일리NK는 24일 북한 내부 고위 소식통과 긴급 연락을 취하며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북한 당국의 평가는 어떠한지, 북한의 긍정적인 호응을 바라는 우리 정부의 기대에 부합하는 목소리가 북한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는지 등을 취재했다. 다만 고위 소식통의 신변보호를 위해 대상을 특정할 수 있는 표현에 대해서는 최대한 제한적으로 옮겼음을 밝힌다.

[아래는 고위 소식통과의 일문일답]

조선 측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한마디로 영양가 없는 회담이었고, 여전히 (대미 협상 문제는) 장기적으로 가져가야 하는 문제라는 결론이 나왔다. 다시 말해 미국은 아직 우리와 대화를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며 우리는 오랫동안 미국과 국제사회의 변화를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남조선(한국) 당국이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고 자찬하고 있는데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도대체 어떤 부분에서 우리가 대화에 응할 수 있다고 보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

– 그래도 긍정적 신호를 줬다는 이야기가 많다

“우리는 수십 년의 세월 동안 여러 미국 대통령을 상대해왔다. 부시는 사탕을 깨물어 먹어야 한다며 우리를 압박했고 클린턴은 과정이 어떠하든 결과만 좋으면 되는 것 아니냐며 사탕을 녹여먹을 수도 있다는 입장이었다. 클린턴 때 우리와 공동 코뮤니케를 발표하면서 미국의 변화를 기대하기도 했었지만 역시 달라진 것은 없었다.

(이처럼) 우리는 달고 쓴 미국의 대조선(북한) 정책을 모두 겪어왔다. 몇년 후면 임기가 끝나는 한계를 가진 미국 대통령의 정책이나 말을 신뢰하지 않는다.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조선이 원하는 대화의 조건이란 무엇인가

“첫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조선)의 주권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즉 국교 정상화다. 둘째, 인권문제는 건들지 말라는 것이다. 잊지도 않은 일본 납치자 문제를 포함해서 남조선과 미국이 우리의 인권 문제를 걸고드는 것은 주권침해다.

셋째, 핵은 미국 같은 나라만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이 가지면 좋은 무기가 되고 조선이 가지면 나쁜 무기라는 국제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것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뜻인가

“우리는 핵무력 강국임을 공식적으로 선포했고 사회주의 헌법에도 명문화했다. 우리는 사회주의 헌법을 무마시킨 역사가 없다. 미국은 그걸 알아야 한다.

우리는 (핵) 동결로 갈 수는 있어도 이제 와서 핵무기전파방지조약(NPT)에 다시 가입할 의향이 전혀 없다. 주권 침해는 절대 용납하지 못한다.”

– 한반도 비핵화를 이야기한 건 어떻게 평가하나

“한반도 비핵지대화를 지향한다면 우리만 비핵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남조선과 미국도 동시에 한반도 비핵화를 실천해야 한다. 그 과정에 있는 선(先)행동이 합동군사연습의 중단이다.

우리는 이미 최고존엄(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열차를 타고 강행군을 해서 하노이까지 갔다. 우리의 선(善)에 미국은 악(惡)으로 답했다. 지금은 미국이 먼저 행동할 차례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내용 중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부분은 없나

“싱가포르 회담의 의의와 중요성이 평가된 것은 여기에서도 좋게 보고 있다. 우리의 최고존엄이 직접 다녀오신 회담이고 이것을 중시했다는 것은 최고존엄의 결심, 판단이 묻혀버리지 않고 국제사회 앞에 공화국의 존엄이 다시 높이 인정됐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하지만 대북특별대표 임명에 대해서는 의미를 두지 않는다. 성김이든 다른 사람이든 미국의 어용 나팔수가 아니냐. 우리는 누가 그 자리에 가든, 혹은 빈 자리가 되든 신경쓰지 않는다. 미국 정부의 큰 틀에서 대조선 정책을 볼 뿐이다.”

한국 정부의 노력은 어떻게 보는지

“싱가포르 회담을 어떻게 존중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이 나왔어야 했다. 싱가포르 회담에 기초한다는 표현만으로는 모자르다는 평가다. 어떻게 이를 존중할 것인지 계획이 필요했다고 본다. 부족한 점을 채우지 못했다. 오히려 이번 계기를 통해 남조선 괴뢰 정권은 미국의 동의 없이는 우리와 마주앉을 수도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문 대통령은 평양에서 했던 약속들을 전혀 지키지 않고 있고 연합훈련 중단도 한반도 비핵화도 이꿀 수 없다는 것을 4년 동안 여실히 드러냈다. 남조선 괴뢰 수장은 실천은 없고 말만 번지르하다는 게 우(위·당국)의 판단이다.”

– 남한 측에서는 대화를 기대하는 눈치인데

“조선의 인권 문제를 공동선언문에 박은 것이나 우리의 우호국인 중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발언을 공식적으로 한 것은 외교적 결례이며 남조선이 어떤 역할도 하지 못했다는 것을 증명한다.

남조선은 핵 문제를 풀 수 없으며 그 어떤 자격조차 없다. 남조선이 할 수 있는 것은 이미 다 보여줬고 한계를 드러냈다. 주제를 잊은 종자와의 회담은 무의미하고 그 결과는 종잇장에 불과함을 다시 한 번 각인하는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