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농기계 부속 도둑 성행… “강력처벌·무장경비도 소용 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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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8일 ‘모내기를 일정 계획대로 드팀없이’라는 제목으로 재령군 삼지강협동농장 사진을 실었다. /사진=노동신문 뉴스1

북한에 심각한 농기계 부품 부족 현상이 발생하면서 관련 절도 행위가 지속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농장관리자들이 비호 아래 조직적인 행태로 전개돼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이와 관련 본지는 지난 17일 북한 농기계 출범식에서 기능 고장으로 인해 트랙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문제가 된 사실을 전하며 부속품 부족 현상이 원인으로 지목된다고 보도한 바 있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농기계 출범식서 트랙터 엔진 고장”…북한, 부품 수급 차질 심각?)

평안남도 소식통은 23일 데일리NK에 “모내기철을 맞아 뜨락또르(트랙터), 모내는 기계 등의 부품들에 대한 도적(도둑)이 성행하고 있다”며 “도적을 막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지만 해결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아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어 “농장의 관리위원장, 작업반장 등의 비호 아래 제대군인들로 이뤄진 5~8명 규모 부품 도적단도 있다”며 “이들은 타 농장의 농기계들에 접근하여 타이어, 베어링, 배터리 등 주요 부품들을 뜯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농장은 연간 생산 할당량을 국가에 내야 하고 나머지를 농장원이 나누어 가진다. 농기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수확량이 줄어들면 할당량을 채우기에도 벅차게 된다. 당연히 다음 수확 시기까지 식량을 준비해야 하는 농장원들에게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다른 농장의 부품을 훔쳐서라도 자신이 관리하는 농장의 농기계를 유지·관리해 수확량을 담보하려는 상황으로 판단된다.

북한 당국은 범죄자들의 행위와 처벌 수준을 공개하면서 경고를 보내고 있지만, 범죄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얼마 전 평안남도 순천군 신리협동농장의 도적단이 풍덕농장, 서남농장에 나가 도적질을 하다가 체포됐다”며 “이들은 모두 처벌받았고 당국은 사건 내용을 주민들에게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도둑질을 예방하기 위해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사건 관련 내용을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서 협동농장에 배속된 트랙터, 이앙기, 콤바인 등 모든 농기계는 국가 소유다. 협동농장은 국가에 배속받은 농기계를 이용할 수 있는 권한만 있다. 이 때문에 농기계 부속품을 훔치는 일은 국가 재산을 훔치는 일로 취급된다.

북한 형법(91조)에 따르면 국가 및 사회협동단체의 재산을 훔친 자는 최소 1년에서 최대 9년 이하의 노동 단련형에 처한다. 북한 사법당국이 상습범으로 판단했을 경우 상당히 무거운 처벌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

소식통은 “그렇지만 부품 도적단의 행동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국가가 부품을 제대로 공급해 주지 않아 사람들이 도둑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모든 농장에서 트랙터 등 농기계 보호를 위해 무장 적위대를 동원하고 있다”며 “야간 경비에 큰 노력이 투하되고 있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지난 4월 ‘대중무역 제한 여파로 위기에 처한 북한 농가’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그동안 농기계 보수 부품은 줄곧 중국에서 수입해 왔지만 지난 1년간 북한 당국이 방역 대책의 일환으로 대중 무역을 제한한 결과, 북한 내부에서 부품을 조달하지 못해 농기계 10대 중 7대가 멈춰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