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영화 보고 동작 따라하다 그만…북한 청소년들, 보위부 체포

북한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노동자구
북한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노동자구의 살림집 모습. /사진=데일리NK

북한 함경북도 온성군에서 한 집에 모여 몰래 외국영화를 보던 청소년들과 군인이 보위부에 붙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5일 데일리NK에 “전염병(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강력한 거리두기 방침에도 미국, 홍콩 액션영화를 보던 온성군의 소년 2명과 한 군인이 이달 초 밤중에 갑작스레 들이닥친 보위부에 체포되는 사건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앞서 온성군의 한 소년은 주민들이 매일 지나다니는 곳에서 액션영화에나 나올법한 동작을 뽐내듯 취했는데, 이를 지켜본 동네의 한 주민이 이는 분명 외국영화의 장면을 따라하는 것이라 보고 보위부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위부는 주민 신고를 받은 이후부터 약 한 달간 이 소년을 감시하면서 소년의 같은 학급 친구와 군내 폭약창고를 경비하는 20대 군인이 국가 비상방역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소년의 집에 자주 드나들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그러다 보위부는 이달 초 이들이 한밤중 소년의 집에 모인 것을 확인하고 불시에 들이닥쳐 미국과 홍콩 액션영화를 보고 있던 현장을 잡아 모두 체포했다는 전언이다.

붙잡힌 소년들은 보위부의 심문 과정에서 전염병 사태로 친구들과 다니지도 못하고 매일 집구석에만 틀어박혀 있는 것이 너무 힘들어 이 같은 행위를 하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보위부는 지금 소년들이 (고급)중학생이라 당장 처벌하지 못하고 있으나 4월 졸업과 동시에 성인이 되는 시기를 맞춰 법적 처벌을 내린다는 계획”이라며 “이 소년들은 애매한 시기에 걸려들어 법적 처벌을 받게 되는 것에 억울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 신분이었다면 교양 처리 정도로 끝났겠지만, 졸업과 맞물려 성인이 돼 사회로 진출하게 되는 시점이라 법적 처벌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현재 이들은 모이지 말라는 국가 방역 규정을 어긴 죄에 불법 외국영화 시청이라는 비사회주의 행위를 한 죄까지 더해져 수감시설에서 1~2년 정도 복역하는 법적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소식통은 “가족들이 돈이나 뇌물을 고여(바쳐) 빼낼 수도 있지만, 동네 주민의 신고로 알려진 사실이라 은폐하기가 어려워 무마할 수 없는 형편”이라며 “더욱이 부모들은 자식들이 사회에 첫발을 디디는 순간을 법적 처벌로 맞이하게 돼 더욱 안타깝게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소년들과 함께 붙잡힌 군인은 현재 군 보위부로 이송돼 조사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