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年 10대 뉴스…김정남·웜비어 사망으로 北 실체 드러나

1.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 ‘최대의 압박과 관여’

1월 20일 미국의 45대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가 취임했다. 당일 취임사를 통해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한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및 대북정책 역시 자국의 실리를 최우선하는 방향으로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는 실패했다고 단언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대북정책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하도록 지시했고, 지난 4월 ‘최대의 압박과 관여’라는 새로운 대북원칙을 제시하며 본격적인 대북 압박에 나섰다.

외교·안보·경제 등 모든 형태의 제재를 통해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협상 테이블로 걸어 나오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미 행정부는 세계 각국에 대북 압박 강화 또는 북한과의 거래 및 외교관계 중단 등을 요구했고, 올 한해동안 그 효과가 점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고립시키기 위해 북한 무역의 90%를 차지하는 중국을 지렛대로 삼는 전략을 폈다. 이 외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선제폭격과 군사공격 등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있다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도 군사옵션을 그야말로 최후 수단으로 갖고 있을 뿐 아직은 외교적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

2. 김정은 이복형 김정남 암살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북한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이 동남아 출신 여성 2명에 의해 독극물 VX로 암살당했다. 이 여성 2명은 사건 직후 경찰 당국에 체포됐지만 암살 배후에는 북한이 있을  것이라는 것이 국제사회의 공통된 인식이다. 북한과 말레이시아와의 협상 끝에 김정남의 시신과 북한 측 용의자들은 북한으로 송환됐다. 김정남 암살은 북한의 잔인한 테러를 다시 한 번 전 세계에 알려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북한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었다.

김정남은 김정일이 두번째 부인인 성혜림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로 ‘비운의 황태자’로 불린다. 김정은이 김정일의 후계자로 굳어진 2010년 이후 마카오, 중국,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을 떠돌았으며, 그를 배후에서 지원하던 장성택이 2013년 12월 숙청되고 이후 고모인 김경희마저 2선으로 후퇴하자 신변의 불안을 느끼기 시작했다. 집권 이후 유일한 ‘백두혈통’임을 앞세워 통치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는 김정은은 김정일이 사망한 직후부터 김정남에 대한 암살을 시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3. 한국 문재인 대통령 취임 ‘한반도 운전자론’ 내세워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한국에서는 2017년 5월 조기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다. 선거 결과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후보가 550만표가 넘는 역대 최다 표 차이로 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베를린 선언, 광복절 경축사, 국회 시정연설,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한반도에서의 전쟁 불가와 한반도에서의 평화를 지속적으로 강조하며 한반도 위기 고조를 방지하고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동시에 남북관계를 복원·정상화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특히 7월 6일 독일에서 발표한 베를린 구상을 통해  ▲남북 간 대화 재개(군사회담, 적십자회담 등) ▲7.27 계기 남북 상호 군사분계선 일대 적대행위 중단 ▲추석(10.4) 계기 이산가족 상봉 성사 ▲평창올림픽 (2018.2) 북한 참가 등을 당면 과제로 제시하고, 한반도 해결의 주도권을 우리가 행사하겠다는 ‘한반도 운전자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하지만 북한의 고강도 도발이 계속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정세가 급격히 얼어붙었고,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구상 역시 초반부터 암초에 부딪혔다.

4. 북한 억류 미국인 오토 웜비워, 고국 송환 엿새만에 사망

북한에 1년 이상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미국으로 돌아온 오토 웜비어(22)가 송환 엿새 만인 6월 19일 숨졌다. 웜비어는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근교에 거주하던 버지니아대 학생으로 2015년 말 중국 소재 북한 여행사 ‘영 파이오니어 투어’를 통해 북한으로 들어갔다가 반국가행위 혐의로 2016년 1월 2일 공항에서 체포돼 재판을 받고 노동교화형 15년이 선고됐다. 그러나 지난해 3월 북한에서 재판 도중 이미 혼수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웜비어가 보툴리누스 식중독 증세를 보였으며 수면제를 복용한 후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입장이지만 웜비어를 검진한 미국 의료진은 이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미국 의료진은 웜비어가 신체적인 폭력을 당한 흔적은 없다고 밝혔지만 웜비어 가족은 웜비어가 북한에서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사인과 관계없이 북한이 웜비어의 건강 상태를 1년 넘게 미국에 알리지 않았기에 웜비어의 사망을 계기로 미국 내 반북한 여론이 거세졌다. 이후 미국 정부는 7월 21일부터 자국인의 북한 여행을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이번 사건의 여파로 미국은 북한을 9년 만에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기도 했다.

5. 고도화 되는 북한의 탈북민 납치 공작

국내 정착 탈북민을 겨냥한 북한 국가보위성의 유인·납치공작 시도가 고도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 7월 16일 북한 조평통 산하 대남 선전매체인 ‘우리 민족끼리’는 국내에서 임지현이란 이름으로 각종 방송에 출연했던 전혜성 씨의 영상을 공개했다. 임 씨는 영상을 통해 본인이 한국 사회에 환멸을 느껴 자진 입북한 것이라면서 남한 사회를 비방하는 내용의 발언을 했지만, 북한 당국의 공작에 걸려들어 유인·납치된 것이라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북한은 올해 들어 북중 접경지역에서 북한 국가보위성 요원과 일부 중국 공안(公安·경찰)으로 구성된 납치조를 구성해  대대적인 탈북민 체포 작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북한 당국이 탈북 가족들에게 탈북민 재입북을 회유토록 하는 동시에, 공안 기관에는 북중 접경에 은신해 있는 탈북민 체포를 지시했다는 증언도 나온다. 이에 따라 재입북한 임 씨 역시 북한 공안기관 납치조에 의해 강제 북송됐거나, 가족을 내세운 협박 또는 회유에 따라 재입북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처럼 북중 접경지역에서 대대적인 탈북민 납치 작전이 펼쳐지는 동안, 북한 내부에선 탈북민의 재입북을 유도하는 회유 작전이 진행 중이다. 탈북민 가족을 포함한 일반 주민들을 시켜 탈북민들에게 ‘원수님(김정은)이 돌아온 사람을 용서해줄 것’이란 말을 퍼뜨리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통일부에 따르면 6·25전쟁 정전 이후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는 지난 9월 기준 3만 1093명으로 이 중 거주지 불명자가 886명(7월 기준)으로 집계되고 있다. 통일부는 현재 재입북한 탈북민이 26명(10월 기준)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6. 북한 6차 핵실험 단행

북한이 9월 3일 낮 6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북한조선중앙통신은 3일 핵무기연구소 명의의 성명을 통해 “조선노동당의 전략적 핵무력 건설 구상에 따라 우리의 핵 과학자들은 9월 3일 12시 우리나라 북부 핵시험장에서 대륙간탄도로켓(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을 성공적으로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이 북태평양 미사일 도발에 이어 핵 실험까지 단행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이 보유한 가장 강력한 전략자산 전개 협의를 포함해, 국제사회와 함께 최고 수준의 대북 응징을 천명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도 일제히 유엔 안보리 추가제재 등 초강경 대응에 나섰다.

한편, 6차 핵실험의 여파로 함경북도 길주군 인근에서 잇달아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3시 13분 북한 함경북도 길주 북북서쪽 45km지역에서 규모 3.0의 지진이 발생했는데 기상청은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인한 유발지진으로 분석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유발지진은 지난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 발생한 규모 4.4의 유발지진을 포함해 7번째다. 최근에는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추가 핵실험을 위해 최근 터널 굴착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일각에서는 ‘핵실험의 피해가 지진뿐만이 아니다’라며 지역 주민들의 피폭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길주군 지역 주민들 건강에 이상 신호가 발생하고 있다는 탈북자들의 증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통일부는 지난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탈북한 길주군 출신의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피폭검사를 실시했다. 통일부는 길주군 출신 탈북민 114명 중 희망자 30명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실시했고, 조만간 조사 결과를 종합해 발표할 예정이다.

7. 최대 수준까지 압박 끌어올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지속됨에 따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수위도 갈수록 높아졌다. 지난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따라 채택된 대북 결의 2375호는 대북 유류 공급을 기존 대비 30%가량 차단했고 북한산 섬유제품의 수입도 금지했다. 또 북한 노동자에게 신규 노동허가증을 발급하는 것을 금지하고 기존 계약에 따라 일하고 있는 노동자는 계약 기간 만료 시 이를 연장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도 추가됐다. 북한의 주력 수출품인 석탄을 비롯해 철·철광석 등 주요 광물과 수산물의 수출도 지난 8월 채택된 대북 결의 2371호에 따라 차단됐다. 이외에도 미국의 주도로 세계 각국에서 북한과의 외교 관계를 축소, 단절하는 조치에 잇달아 동참하며 압력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11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도발 이후에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중국을 향해 대북 원유 공급 중단 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중국이 거부 의사를 밝히자 축소 공급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외에도 북한의 해상운송을 차단하기 위해 구체적인 해상봉쇄 전략 마련에 착수했다. 그러나 해상봉쇄가 전쟁행위로 간주될 수 있고 중국과 러시아가 반발할 가능성이 큰 만큼 신중하게 추진되고 있다. 아직 북한 내부에서 대북제재로 인한 경제적 혼란이 발견되고 있지만 제재 발효 1년 후인 내년 쯤에는 내부 경제가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8. 북한 권력 구도 재편, 최룡해의 건재와 김여정의 부상

김정은은 10월 7일 북한 평양에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차 전원회의를 열고 당 중앙위와 중앙군사위 등에 대한 인사개편을 단행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약진하는 등 당 중앙위원회와 당 중앙군사위원회 등 핵심보직에 대한 인사개편이 이뤄졌다. 김여정은 2014년 3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 선출되고, 지난해 5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1차 전원회의에서 중앙위원에 오른 뒤 17개월 만에 정치국 후보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김정일의 여동생 김경희가 만 42세에 당 중앙위원에 오른 뒤 당 경공업부장과 군 대장 등을 거쳐 66세 때인 2012년 위원으로 정치국에 이름을 올린 것과 비교했을 때 매우 빠른 속도의 당내 입지 구축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김여정의 사진을 처음으로 게재, 주민들에게 그의 존재를 알렸다. 김여정의 약진에 대해 미국 언론은 김 위원장이 ‘가족 통치체제’를 강화하는 한편으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잠재적 후계자를 만들어 놓은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놨다.

이번 인사를 통해 최룡해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당 중앙군사위원으로 보선됐고 당 부장으로 임명됐다. 최룡해는 현재 당 중앙위 부위원장 말고도 정치국 상무위원과 중앙위 위원,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등 모두 5개의 공식 보직을 맡고 있다. 이번에 2개의 보직이 추가돼 총 7개가 됐다. 특히 2014년 4월 북한군 총정치국장에서 물러나 당 중앙위 부위원장(근로 단체 담당)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군부에 대한 장악력이 다소 약해졌다는 관측이 돌았지만, 이번 인사를 통해 당·정·군을 아우르는 핵심 실세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9. ICBM 기술 진전 위한 북한의 잇단 미사일 실험발사 

북한은 올해 탄도미사일 도발을 이어가며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켰다. 올해 초 김정은의 신년사를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준비사업이 마감 단계라고 주장한 북한은 올해에만 총 15회, 20발의 탄도미사일 도발을 이어갔다. 지난 5월에는 화성-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은 화성-12형을 쏘면서 7월에만 화성-14형을 두 차례 발사했다. 화성-14형은 화성-12형을 2단으로 개량한 미사일로 사거리 8,000km를 넘는 것으로 분석됐으며 미 본토 타격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화성-12형은 북한이 3월 개발한 추력 80톤의 백두산 엔진을 장착한 1단 미사일로 김정은이 ‘혁명’이라 칭할 정도로 성능이 향상된 신형 엔진을 사용했다. 이후 11월 29일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시험발사 성공으로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포했다. 고각으로 발사한 ‘화성-15형’은 4475km 고도까지 상승해 950km를 날아갔다. 정상발사했을 경우 1만3000km를 날아 미국 동부 워싱턴D.C까지 도달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10. 북한 총격 속 JSA 통해 병사 귀순, 극적으로 생존

북한군 병사 1명이 11월 13일 오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지역 북측 초소에서 우리측 지역으로 귀순해 왔다. 북한군 병사는 귀순 과정에서 북한군의 총격으로 부상을 입고 유엔사 헬기로 긴급 후송됐다. 당시 총격으로 큰 부상을 입은 이 병사는 한국 의료진의 헌신적인 치료 끝에 극적으로 살아났다. 이후 유엔군사령부의 제공으로 북한 병사의 탈출 장면이 담긴 CCTV 영상과 우리 군 경비대대 간부 3명이 귀 병사를 후송하는 장면이 담긴 TOD(열상감시장비)영상이 전 세계에 공개됐다. 영상에는 북한군 귀순자는 차량을 통해 72시간 다리를 건너 빠르게 이동하는 장면, 차량의 바퀴가 배수로 턱에 걸리는 장면, 북한군이 총격을 가하는 가운데 귀순자가 남쪽으로 달려오는 장면 등 탈출 당시의 긴박한 순간이 담겼다.

조사 결과 이 병사의 이름은 오청성이고, 그의 아버지는 우리 군의 중령 계급에 해당하는 북한군 헌병 간부(중좌)인 것으로 드러났다. 아직 귀순 이유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의식이 회복된 이후 한국의 여자가수 아이유나 소녀시대의 노래를 듣고 싶다고 한 것으로 볼 때 북한 체제에 대한 실망, 한국사회에 대한 선망이 귀순의 원인일 것으로 추측된다. 한편, 치료 과정에서 오 씨의 배 속에서 다수의 기생충이 발견되는 등 북한 군의 열악한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