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령 국경 파견된 폭풍군단 군인들, 주민 탈북 돕다 발각돼 체포

함경북도 회령시 인계리 인근 초소. 초소 사이 북한 경비대원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 사진=데일리NK

북한 함경북도 회령 국경에 주둔하고 있는 일부 폭풍군단(11군단) 군인들이 주민 탈북을 도왔다가 발각돼 체포되는 사건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3일 데일리NK에 “회령 국경에 주둔한 폭풍군단의 한 경비조 성원들이 장군님(김정일) 서거 애도 기간인 지난달 17일 새벽에 가족들의 도강(渡江)을 도와주다 적발돼 체포됐다”면서 “이 사건으로 폭풍군단 군인들을 후방으로 보내고 7군단 인원들로 교체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회령 국경의 한 폭풍군단 군관과 하전사는 김정일 사망 10주기 추모행사와 애도 기간으로 조성된 조용한 분위기를 틈타 탈북 브로커와 결탁해 일가족 3명을 중국으로 보내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국경연선 초소들과 무인지경에 설치된 감시카메라(CCTV)를 최대한 피해 안전한 곳으로 일가족을 탈북시켰지만, 돌아오는 과정에 CCTV에 찍히면서 지휘부에 들키고 말았다.

지휘부는 앞서 탈북 움직임은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군인들이 자기 경비구역도 아닌 다른 구역에서 돌아다니는 것을 수상히 여겨 즉시 체포하고 따로 가둬 심한 고문을 가해 이번 사건을 파악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이들 군인은 이 사건뿐만 아니라 그동안 브로커와 짜고 지속적으로 주민들을 탈북시켜 제대 후에 대학에도 가고 장가들 준비, 친척들의 생활 밑천 준비까지 마칠 정도로 많은 돈을 벌었음에도 더 욕심을 부리다가 결국 꼬리가 잡힌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들은 중국으로 건너가 탈 없이 몸을 숨기고 잡혀도 문제가 되지 않을 주민들만 골라 탈북을 도왔고, 이번에 탈북시킨 일가족도 중국에 친척이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탈북한 일가족은 밀수로 생계를 이어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근 2년 국경이 봉쇄되면서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한다.

소식통은 “이 가족은 국경이 열리기만을 기다렸으나 점점 더 쪼들렸고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국경을 넘기로 작정했다”며 “이에 아는 주민들에게 많은 돈을 꿔서 브로커에게 내밀고 외켠(외편) 친척이 있는 중국으로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탈북 사건을 취급하기 위해 내려온 폭풍군단 총지휘부와 국가보위성 간부들은 국경경비대를 믿기 어려워 국경에 보낸 폭풍군단 군인들이 이 같은 행위를 벌였다는 점에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폭풍군단 총지휘부와 국가보위성은 이런 일에 가담한 다른 군인들이 없는지 면밀히 조사할 예정이며, 이번 사건을 일으킨 군인들이 속한 대대 전체를 이른 시일 안에 7군단 군인들로 교체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편 소식통은 “보위부는 도망친 일가족을 체포해야겠으나 국가 돈도 아니고 개인 돈을 가지고 달아난 데다 간첩도 아닌 상태에서 상부에 보고하고 중국 공안(公安)에 협조해달라고 부탁할 형편도 아니어서 속앓이만 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