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보 빨라진 北-中 경협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최근 방중, 중국과의 경제협력 강화 의지를 보인 가운데 두만강 유역을 중심으로 한 북한과 중국의 경협 행보가 가속화하고 있다.


구본태 북한 무역성 부상은 2일 중국 창춘(長春)에서 개막한 제6회 동북아 무역박람회에 참석, “라선 특구를 가공 무역과 중계 무역을 전담하는 국제 무역지구로 육성,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중국에 라진항 사용권을 준 데 그치지 않고 훈춘(琿春)-라진으로 연결되는 중국과의 경협 통로를 이용해 라선을 국제 무역의 거점으로 삼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지린(吉林)성이 북한과의 경협 방안을 공개하면서 라선을 국제무역지구로 개발키로 북한과 합의했으며 이를 위한 외자도 유치했다고 밝힌 바 있으나 북한이 이를 공식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라선시는 이날 창춘에서 훈춘의 중롄(中聯)해상운송공사와 합작, 라진항을 이용해 컨테이너 운송선을 운항하는 협약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리룽시(李龍熙) 연변조선족자치주장과 김수열 라선시장, 배호철 라진항장 등이 양측 지방정부 대표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로써 라진항을 통해 해상 운송에 나서는 중국 기업은 2008년 라진항 사용권을 확보한 창리(創立)그룹에 이어 2개로 늘었다.


중국도 북한과의 경협에 적극적이다.


이샤오준(易小准) 중국 상무부 부부장은 지난 1일 창춘 무역박람회 식전 행사인 ‘다투먼(大圖們) 제안회의’에서 중국 동북지역 일대를 기반으로 한 ‘초국경 경제협력지구’ 건설을 제안했다.


동북아시아 5개국이 국경을 초월해 도로와 철도, 항로를 잇는 교통망을 구축하고 경제 협력을 강화, 공동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북한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이 구상이 실현되려면 북한의 항구를 이용한 동해 진출이 선결돼야 한다는 점에서 이 제안은 특히 북한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두만강 유역 개발 프로젝트인 ‘창지투(장길도.창춘-지린-두만강) 개방 선도구’ 건설 사업을 본격화했으며 궁극적으로 창지투 선도구를 동북아 물류 거점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러시아와 북한에 가로막힌 두만강 유역이 실질적인 동북아 물류기지가 되려면 바닷길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 라진항에 이어 지난 6월 연변하이화(海華)무역공사가 청진항 사용권을 확보하는 등 중국이 북한의 항구 개척에 큰 공을 들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중국은 연내에 라진항과 청진항을 통한 해상 운송을 본격화 할 계획이다.


중국은 단순히 북한의 항구를 통한 뱃길 개척에 머물지 않고 창지투와 라진.청진을 잇는 큰 그림의 북-중 경제벨트 구축도 이미 추진 중이다.


청진항 사용권 확보를 계기로 투먼 통상구를 국가 1급 통상구로 승격, 북한과의 무역 확대에 대비하고 있다.


투먼시는 중국과 북한의 변경지역 주민들이 통행증만으로 자유롭게 드나들며 무관세 무역을 할 수 있는 호시(互市)무역 시장을 조성, 곧 가동할 계획이다.


우선 1만㎡의 규모로 운영하지만 연차적으로 규모를 확대, 100만t의 화물을 적재할 수 있고 보세창고와 물류정보센터 등을 갖춘 1.36㎢의 대규모 호시무역 시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이다.


북한과 합작, 라선에 국제무역특구를 건설하는 것도 창지투-라진.청진 경제 벨트 구축 차원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