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대북정책 변화…기본원칙 천명부터

대북정책 전면 수정 움직임과 관련한 한나라당의 행보가 눈에 띈다.

당 지도부의 방침에 따라 태스크포스(TF) 팀을 이끌고 있는 정형근 의원의 방북설까지 대두되고 있다. 지난주 당 지도부는 ‘평화무드’가 조성된 한반도 정세 변화에 따른 정책 수정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베이징 ‘2∙13 합의’ 후 미북관계 정상화 움직임과 북한의 초기조치 이행에 대한 긍정적 반응, 남북관계 재시동 등 한반도를 둘러싼 해빙무드에 따라 당의 대북기조도 변화해야 한다는 것.

이같은 입장 변화에 대해 한나라당 안팎에서 너무 성급하게 대북정책 수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용갑 의원은 “하루 아침에 대북정책 노선이 확 바뀌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국민에게 도리어 신망을 잃는다”고 지적했고, 이회창 전 총재는 “때이른 평화무드에 휩싸여 스스로의 정체성을 포기하고 포퓰리즘에 빠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여권과 북한으로부터도 막말을 듣고 있다. 열린당 정동영 전 의장은 18일 “전쟁세력들의 ‘늑대의 돌변’에 국민들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북한은 노동신문을 통해 ‘늑대가 양의 가면을 쓰려는 것’ ‘거짓 변신’ ‘허황한 말치레’ 등의 막말을 동원했다.

지금까지의 여론만 본다면 ‘득’보다는 ‘실’이 많아 보인다. 따라서 당 지도부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때다.

중요한 것은 대북정책의 원칙부터 세우는 것이다. 그리고 국민의 정부 ‘햇볕정책’, 참여정부 ‘평화번영정책’과의 차이에 대한 분명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또 ‘대북정책 전환의 불가피성’에 대한 당의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이번 대선과정에서 불어닥칠 ‘평화공세’ 차단의 일회성 목적이 아니라, 또 한반도 평화무드에 편승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대북정책의 기본원칙을 분명하게 밝혀야 하는 것이다.

단순히 여론 변화에 쫓겨 현 정권의 실패한 대북정책을 어설프게 흉내낼 경우 또다시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잘못하면 국민적 신망만 거스르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한나라당의 모습은 여권이 이미 선점한 사안을 뒷북 치고 있는 듯한 느낌도 있다. 또 평화무드에 같이 휩쓸려 가면서 현실에 ‘적응’이나 하려는 듯한 모습도 보인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정책변화 방침에 따라 대북정책의 변화를 시도하더라도 기본 원칙을 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 핵폐기와 인권문제, 북한주민 수혜 원칙, 상호주의 등 타협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되는 몇가지에 대해서는 당의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