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원 짧은 치마와 연변말투, 영~아니다”






▲ ‘더킹 투하츠’의 주인공 이승기, 하지원
<사진=MBC 홈페이지>
공중파 수목드라마 시청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더킹 투하츠'(MBC)는 북한에서 인기를 끌 수 있을까? 중국에서 불법 복제된 한국 드라마·영화 DVD를 북한 내에 유통시키고 있는 한재윤(가명) 씨는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드라마의 극중 주요인물이 북한 사람일 경우에는 관심이 더욱 커진다고 한 씨는 말했다. 그는 ‘더킹 투하츠’가 역대 한국 드라마 중에서 북한의 현실을 가장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평했다. 다음은 한 씨와 일문일답.


-한국에서 북한군 여(女)장교가 등장하는 ‘더킹 투하츠’가 새로 나왔다. 봤나?


아주 재미있게 보고 있다. ‘아이리스’ ‘아테나 전쟁의 여신’ 등 조선(북한)과 연계된 드라마는 다 봤는데, 이번에 나온 드라마가 조선 현실을 가장 잘 그리고 있는 것 같다.


-인상적인 장면을 꼽는다면?


평양 지하철이 나오는 장면이다. 아마도 평양 영광역을 묘사한 것 같았는데 열차 모습도 비슷하고, 역 내부 모습도 똑같았다. 열차 안내원의 옷차림이나 행동도 비슷했다. 이게 조선 드라마인지, 남조선 드라마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였다.


-아쉬운 장면도 있을 텐데?


하지원의 말투는 평양 말투가 아니라 연변 말투다.


-하지원을 알고 있나?


그 정도는 안다.(웃음) 조선에는 그런 인물(외모)과 성격을 가진 여성이 없다. 어쨌든, 하지원이 “~랬습네다”라고 말하는데, 그건 연변 말투다. 남조선 드라마에서는 조선말을 흉내 낼 때 꼭 연변 말로 하더라. 그 부분이 거슬렸다. 특히 평양사람들이나 군인들은 말 끝(억양)을 완전히 내린다. 어떤 장면에서는 말을 알아듣기 힘들어서 소리(볼륨)를 키워놓고 듣기도 한다.


-말투에서 그 정도 차이가 난다면 행동에서는 차이가 더 많겠다.


그렇다. 하지원이 남자를 만나러 가는 장면에서 짧은 치마를 입고 가던데 만약 조선 여군(女軍)이 평양에서 그렇게 입고 다녔다가는 ‘날라리 풍’이라고 해서 바로 단속 될 것이다. 이런 단속에 걸리면 자기 부대에 돌아가서 강력한 비판과 총화에 시달려야 한다.


-배경 묘사는 어떤가?


모두 멋지다. 수령님(김일성) 동상도 멋지고, 조선에 많이 있는 각종 구호들도 세심하게 배치했다. 그런데 군대 구호는 실제 더 혁명적이다. ‘남조선을 짓부수자’와 같이 강력한 구호가 (드라마에는)없었다. 평양 말투나 구호는 국가(한국 정부)에서 문제 삼을 수 있으니까 어쩔 수 없었겠지.(웃음)


-일반 주민들도 이 드라마를 볼 수 있을까?


모든 사람이 다 볼 수는 없지만, 볼 사람들은 그래도 본다. 중국에서 한국 위성 안테나를 설치해 빈 알판(DVD)으로 녹화하면 그게 일주일 안에 조선에 퍼진다. 오늘 한국에서 방송되면 내일 밤에 조선에서 볼 수 있을 정도다.


-국가에서 단속하지 않나?


아주 세게(심하게) 단속한다. 요즘에는 (DVD)안에 남조선 드라마가 들어있다는 것을 속이기 위해 밖에는 조선영화 그림을 붙이기도 한다. 또 앞부분은 조선영화인데, 뒤 부분은 남조선 드라마가 들어있는 경우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하드(디스크)에 저장에 놓고 보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검사를 받기 위한 하드와 혼자 몰래 이용하는 하드를 따로 갖고 있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담은 DVD를 전문적으로 빌려주는 사람도 있다던데?
 
빌려주는 것은 이제 많이 줄었다. 아예 팔거나 바꿔본다. 나중에 단속되면 빌려준 사람이나 빌려온 사람이나 모두 다 들통 나기 때문에 믿지 못한다. 그래서 요즘에는 돈 많은 사람들이나 간부들에게만 빌려주는 사람이 있다. 일주일에 (드라마 전집 당)5~10달러를 받는다.


-109그루빠는 요즘 무엇을 하는가?


알판 단속을 전담하는 곳이 109그루빠인데, 요즘에는 모두 타락했다. 이 사람들은 남조선 알판을 찾아내면 먼저 그 사람 집의 살림살이부터 점검한다. 살림살이에 맞게 벌금을 물리기 때문이다. 국가에서는 모두 단속해 법집행을 하라고 하는데 이 사람들은 자기들 마음대로 벌금을 정했다. 일반 가정집은 300~500달러, 부잣집이나 하급 간부 집은 1천 달러…  이런 식이다. 백성들이 항의하면 ‘위에다 고여야(바쳐야) 하기 때문에 우리도 어쩔 수 없다’ 식으로 오리발을 내민다. 내 친구는 경무(헌병) 짓을 하다가 운이 좋아 109그루빠에 합류하게 되었는데, 끼니 걱정하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변했다. 공업품(가전제품)도 다 외국 것을 들여놓고, 지금은 손전화(핸드폰)도 갖고 있다. 남조선 드라마를 회수하면 자기 집에 쌓아 놓고 보다가, 다 보면 나에게 넘긴다.


-벌금이 이정도면 한국 드라마 보는 사람이 줄어들겠다.


보는 사람은 다 본다. 국가에서 “외국에서 들어온 비사회주의 영상물을 보지 말라”고 지시한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사람들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보기에 아직도 국가에서 저렇게 시끄럽게 구나?” 이렇게 말한다. 생각해보라, 사람이 먹어서 배부르고 집에서 따뜻하게 있으면 그 다음에 무엇을 하고 싶겠나? 조선에서는 이 두 가지 밖에 할 게 없다. 그러니 사람들이 자꾸 남조선 드라마, 외국 영화에 호기심을 갖는 것이다. 물론 먹을 걱정에 바쁜 사람들은 꿈도 못 꾼다.


-요즘 인기 많은 드라마는 무엇인가? 중국에서 어떤 드라마를 사가나?


역사에 관한 것, 조선과 연관이 있는 것이 인기다. 역사 드라마는 말투가 알아듣기 쉽다. ‘선덕여왕’ ‘동이’ ‘뿌리깊은 나무’ ‘아이리스’ ‘아테나 전쟁의 여신’ ‘카인과 아벨’ 등이 있다. 그리고 가족의 정을 그린 드라마도 많이 본다. ‘그대 웃어요’ ‘애정 만만세’ ‘수상한 3형제’ 등이 조선에서 유행하고 있다.


-중국에 한번 올 때마다 가져가는 양은 얼마큼인가?


큰 마대로 4개를 갖고 간다. 개수로 치면 2만5천개 정도 될 것이다.